할머니
할머니
  • 김욕년
  • 승인 2022.05.2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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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진 손을 만져볼 수 있다면

내 어렸을 적을 생각 해 보면 참 성가신 아이였다.

할머니 집에 가겠다고 떼 써서 보내주면 그날 밤엔 집에 간다고 난리치고.

지금처럼 교통편이 좋지도 않은데 울고불고 난리치는 날 업고 마당을 서성이며 자장가를 불러주셨지.

사과가 먹고 싶다고 하면 행주치마에 빡빡 닦아서 반들반들 빛이나게 해서 주셨지.

복숭아가 먹고 싶다면 이빨로 껍데기를 돌돌 돌려가며 다 깐 후 내 입에 넣어주셨지.

이제와 생각해 보니 몸도 안좋으셨을텐데 업어달라면 언제나 업어주셨고 여름밤이면 모기향 피워놓고도 행여 손녀 물새라 더울새라 가만가만 부채질을 해 주셨지.

겨울이면 얫날얘기를 들으며 할머니 치맛폭에서 잠들었지.

혹시 배라도 아프면 거칠고 주름진 손으로 "내 손은 약손 빨리빨리 나아라."하며 계속 쓸어주셨지.

몸에 열이라도 나면 스텐대야에 찬물 받아 손수건 적셔서 이마에 대주시며 그렇게 밤을 지새우셨지.

사탕 먹고 싶다고 하면 속바지 깊숙한 곳에 넣어둔 꼬깃꼬깃한 돈 꺼내서 사 주셨지.

이 나이가 되어 보니 참 철딱서니 없었네.

난  원래 애를 좋아하지않으니 절대 안 봐줄 거라고 큰소리를 치지만 내가 두려운 것은 울 할머니처럼 아낌없이 줄 수 없을 것 같아서가 아닐까.

내게는 할머니, 아버지에겐 어머니는 참 인자하셨나 보다.

울아버지

어머님 은혜를 즐겨 부르신 걸 보면.

나도 할머니가 보고 싶을 땐 어버이 은혜를 흥얼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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