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에 쇠심박고 8000m 등정…“38번 도전해 16번 성공”
다리에 쇠심박고 8000m 등정…“38번 도전해 16번 성공”
  • 이두 기자
  • 승인 2016.03.08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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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홍길씨, 시민 200명에 강의…“도전없이 성취없고 위기는 기회”

 

엄홍길씨가 '도전과 극복'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인천시민 200여명이 세계적인 산악인 엄홍길씨를 만나 히말라야의 정기를 듬뿍 받았다. ‘나마스테’. 네팔 인사말을 전한 엄씨는 “네팔에서 일주일전 귀국했다. 성스러운 기운을 전해드리니 맘껏 받으시라”는 덕담으로 말문을 열었다.
  엄씨는 8일 오후 부평에 있는 인천시여성가족재단 강당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도전과 극복’(부제목:딛고 일어선 것은 성공이 아니라 실패와 좌절이었다)이란 주제로 강의했다.
  엄씨는 세계 처음으로 8000m 고산 16봉우리를 등정한 산악인이다. 그는 22년동안 38번 도전해 16번 성공했다고 말했다. 10명의 동료를 잃는 아픔과 수많은 실패, 좌절이 있었지만 끝내 성공하고 지금은 인생 17좌 등정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생17좌 도전이란 네팔 오지마을에 16개 학교를 짓는 것이다. 자신이 세운 엄홍길휴먼재단이 최근 11번째 학교를 지어 준공식 참석차 다녀왔다.
  그는 안나푸르나 등정을 잊지못한다고 했다. 세차례 시도때 동료를 잃었으며 네차례 도전때는 동료와 함께 처박힌 끝에 발목이 돌아갔다. 너무 아파 다리를 잘라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나 다리에 쇠심 2개를 박고 10개월만에 기어서 올라 다섯차례만에 성공했다.
  영화 ‘히말라야’ 탄생에 대한 일화도 들려줬다. 2004년 후배 산악인이 에베레스트 등정후 하산 중 목숨을 잃었다. 산악인이 오가는 정상 길목에 얼어붙은 상태로 매달린채 숨졌다. 엄씨는 한때 등뼈가 분리되고 혀가 말리는 아픔도 견뎌내며 후배를 품에 안았다. 그러나 갑자기 기상이 악화됐다. 결국 능선에 묻을 수밖에 없었다. 영화로 만들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응할 수 없었다. 10여년이 지나 인간의 정이 사라지는 각박한 현실에 산에서 피어나는 동료애와 희생정신, 약속의 소중함, 진정한 리더십의 메시지를 전하자는 뜻에서 영화제작에 응했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전’이라고 했다. 1985년 에베레스트부터 2007년 로체사르 등정까지 수많은 악조건을 이기고 도전했기에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른발 뒷꿈치가 땅에 닿지않고 발가락 세 개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했다.
  엄씨의 등반역사를 보여주는 동영상도 방영됐다. 시민들은 엄씨가 고난을 극복하거나 정상에서 태극기를 흔들때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강의가 끝난 뒤 엄씨가 밖으로 나오자 시민들이 몰려들어 갑자기 사인회가 벌어졌다. 1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 엄씨는 ‘도전’이란 단어와 함께 친필사인을 해줬다.
  초중고등 학생과 청년, 주부와 중장년 남성 등 다양한 연령층이 강연을 들었다. 초등생 자녀를 데리고 온 40대 주부는 “엄씨의 인간 승리에 감명받았다”며 “힘들 때 주저앉지 말고 다시한번 해보라는 생생한 이야기로 들렸다”고 말했다.
  이번 강연은 인천여성가족재단이 시민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인문학 강좌 첫 시간이었다. 재단 홍희경대표는 “각박해지는 현실에서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자는 뜻에서 강좌를 마련했다”며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겠다”고 말했다. 인문학강좌는 10월까지 자녀교육, 가족, 여성, 노년, 삶과 죽음 등을 주제로 10강이 이뤄진다.

시민들이 엄씨의 사인을 받기위해 줄을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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