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나리 우물가에 사랑찾는 개나리 처녀/종달새가 울어 울어 이팔청춘 봄이 가네/어허야 얼씨구 타는 가슴 요놈의 봄바람아/늘어진 버들가지 잡고서 탄식해도 낭군님/아니 오고 서산에 해지네’
몇 년전 세상을 떠난 가수 조미미가 부른 ‘개나리 처녀’다. 개나리 처녀처럼 이 봄 다시 우리 중장년들은 설레는 삶을 살 수 있을까.
봄소식을 전하는 꽃이 여러 가지 있다. 그러나 도시에서 실제로 봄의 왔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바로 개나리다. 짙노란 개나리야말로 우리 마음 속 봄의 꽃이다. 개나리가 아랫지방에서부터 올라오고 있다고 하니 열흘이나 보름정도면 개나리를 서울에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개나리는 한국에서만 자라고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꽃이다. 이런 식물을 그 나라의 특산식물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특산종인 개나리의 원산지를 찾을 수 없다. 원산지란 그 식물이 큰 군락을 이루고 원시적인 형태로 자라는 곳이라 할 수 있다. 개나리는 원산지가 없는 것이 아니라 없어진 것이다. 개나리가 자라는 곳은 평야지대의 양지바른 산기슭인데 이곳은 바로 사람 거주지와 같다. 사람과 어울려 살다가 사람들이 늘어나 마을이 커지고 농경지가 넓어지는 과정에서 개나리는 자생지를 잃고 말았다. 사람이 옮겨 심는 곳에 자라고 스스로 씨를 맺는 능력도 거의 상실했다.
개나리는 실향민처럼 고향을 잃어버렸다. 우리에게 찐한 봄을 선사하는 개나리에게 고향을 다시 찾아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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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천:야생식물 전문 작가.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식물 중에 가장 종류가 많은 제비꽃을 최초로 분류하고 정리한 《한국의 제비꽃》필자다. 《이게 무슨 꽃이에요?》는 2013년 대한민국 우수전자책에 선정됐다. 매주 들과 산으로 들꽃과 산야초를 찾아다니며 카메라에 담아낸다. 스마트폰으로 꽃의 이름을 물으면 바로 알려주는 앱‘모야모’를 개발, 운영중이다. 현재 ㈜모야모의 콘텐츠사업총괄이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