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6년 민영환 러시아황제 대관식 참석 선물 공개됐다
1896년 민영환 러시아황제 대관식 참석 선물 공개됐다
  • 시니어오늘 기자
  • 승인 2023.02.15 15: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896년 러시아 황제 대관식 보낸 선물의 2층 농 하단부분. 학 거북이 등 장수 상징 동물들이 박혀있다.
1896년 러시아 황제 대관식 보낸 선물의 2층 농. 하단에 학 거북이 등 장수 상징 동물들이 박혀있다.

 1896년 5월 26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니콜라이2세 황제의 대관식이 열린다. 조선은 축하하기 위해 민영환을 특명전권공사로 파견한다. 명목은 대관식 축하였지만 이면에는 러시아와 조선의 비밀 접촉도 시도됐다. 1896년 아관파천(俄館播遷, 1896.2.11.~1897.2.20.)으로 고종은 러시아 대사관에 머물고 있었으며 조선과 러시아는 서로의 필요에 의해 한창 가까워질 때였다..

황제의 대관식 축하에 빈손으로 갈 수는 없었다. 더구나 조선은 일본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러시아에 매달려야 할 형편이었다. 이 당시 조선이 러시아에 보낸 선물이 127년만에 공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러시아 크렘린박물관은 4월 19일까지 당시 선물의 일부를 공개하는 특별전을 열고 있다. 고종이 전달한 선물들은 민영환을 수행해 대관식에 함께 참석했던 윤치호의 일기를 통해 그 목록의 일부가 언급된 바는 있었지만, 구체적인 실물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별전 전시에서 1896년 고종이 전달한 선물은 총 17점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특별전 출품작은 <흑칠나전이층농> 1점, 장승업 <고사인물도> 2점, <백동향로> 2점 등 총 5점이며, 이는 모두 크렘린박물관 소장품들이다. 그밖에 나머지 선물들은 현재 모스크바 국립동양박물관에 소장된 것들이다.

거북 사슴 소나무 등 장수 상징물이 새겨진 2층농.
거북 사슴 소나무 등 장수 상징물이 새겨진 2층농.

(<발(簾)>, <등메석(登每席)> 등) 당시 고종의 선물들 가운데 현재 크렘린박물관 소장품은 “19세기 수준 높은 조선 공예 및 미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중요 유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특히 <흑칠나전이층농>의 경우, 고종의 특명에 의해 당대에 가장 뛰어난 나전 장인이 제작한 작품으로 추정되어 더욱 주목할 만하다. 농 하단부에 나전 십장생(十長生)을 부착해 황제로 즉위하는 니콜라이2세의 무병장수를 기원한 점도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그간 1920년 일본에서 ‘실톱’이 도입되면서 나전공예에 ‘끊음질’ 기법이 유행했는데, 그보다 30여 년 앞서 <흑칠나전이층농>에 이 기법이 월등히 적용된 것으로 확인되어, 공예사적으로도 <흑칠나전이층농>이 매우 중요한 유물임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장승업 <고사인물도>의 경우, 크렘린박물관 소장품 4점이 처음 확인되었으며 이 가운데 2점이 이번에 공개되는 것이다. 조선의 4대 화가로 꼽히는 장승업(1843~1897)의 이번 작품들은 지금껏 학계에 보고된 바가 없는 것으로, 크기만 174cm가 넘는 보기 드문 대작에 속한다고 평가되고 있다.
 

장승업 취태백도.
장승업 취태백도.

특히 장승업의 각 작품에는 ‘朝鮮(조선)’이라는 국호를 ‘吾園 張承業(오원 장승업)’ 서명 앞에 붙였다. 이는 장승업 작품 가운데 처음 확인되는 희귀사례로, 이 작품이 ‘외교선물’을 전제로 창작되었음을 잘 보여준다. <백동향로>의 경우, 사각과 원형의 기형은 ‘하늘과 땅’을 상징하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을 의미하는 것으로 황제의 치세를 표상하는 대관식의 취지를 잘 표현했다고 평가된다.
 특히 길상 문자를 기준으로 직선과 유려한 곡선을 조화롭게 융합하여 정교하게 투조한 문양의 구조는 일반적인 공예품에서 보기 힘든 복잡하고 세밀한 얼개를 보여주고 있다. 사각향로 노신에 ‘향연(香煙 : 향기로운 연기가 서리다)’, 둥근향로 노신에 ‘진수영보(眞壽永寶 : 참다움과 장수, 영원한 보물)’를 각각 새겨 대관식을 축원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이번 크렘린박물관 특별전에 출품된 <흑칠나전이층농>을 복원하는데 예산을 지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