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는다는 것에 대하여
내려놓는다는 것에 대하여
  • 송호준 기자
  • 승인 2015.11.20 20: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두들 '내려놓아라'라고 한다. 삶의 무거운 여정의 끄트막이 보이면 다 부질없으니 내려놓아라한다. 내려놓는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자신이 이제껏 가꾸어온 삶의 궤적들을 다시 켜보면서 하나씩 떨구어 내라는 뜻일까? 그래서 가벼워질대로 가벼워져서 먼저처럼 훌훌 없어지라는 뜻일까?
 존재는 그 자리에 분명 있었는데 눈을 낮췄다 다시 올려보니 홀연히 사라지고 없는 그런 존재의 무존재가 되라는 뜻일까? 허(虛)가 되고 무(無)가 되는 내려놓음은 진언(眞言)이아니다. 삶이 일회적이든 윤회적이든, '살아있다는 것'은 허무해지기위한 과정은 아니다.
 삶은 지속적인 빼기(-)의 연마를 통해 종국적으로 허무에 다다르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더하기(+)통해 진정한 충일감에 이르는 과정이다. 자신의 완성을 위해 일생을 은둔하는 수행자들은 세상과 자기의 무한한 소멸을 통해 진리에 도달한다고 믿는다. 존재의 비존재성을 신봉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것은 그 자리에 있고 또 다시 태어난다는 것을 믿어야한다. 존재의 극존재성을 확신하라. 내가 없어진다는 것이 세상에서 내가 존재하지않는 진공상태가 된다는 뜻이 아니라 그 빈자리를 어느새 맑은 바람과 햇살로 가득 채워진다는 뜻이다.
 지금 부터는 내려놓기를 멈춰라. 그 상태에서 다시 올려놓기를 시작하라. 인간은 무엇이든 없애면서 사는 존재가 아니라 만들면서 살아야할 존재이다.

 송호준:58년 개띠. (현)수산물유통 물고기자리 대표. 고려대 영문과졸. 광고대행사 카피라이터,인터넷한겨레기획위원, SK마케팅 고문 역임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