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이상 살면 덤이다'라는데 요즘 60대는...
'60이상 살면 덤이다'라는데 요즘 60대는...
  • 이성희
  • 승인 2024.06.10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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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 쓴 김광림 시인 95세로 별세...
여유와 세상 관조는 꿈일뿐 여전히 허덕허덕 인생
인천시민들이 건강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

 

덤 (김광림 시)

나이 예순이면
살 만큼은 살았다 아니다
살아야 할 만큼은 살았다
이보다 덜 살면 요절이고
더 살면 덤이 된다
이제부터 나는 덤으로 산다
宗三은 덤을 좀만 누리다 떠나갔지만
피카소가 가로챈 많은 덤 때문에
仲燮은 진작 가버렸다
가래 끓는 소리로
버티던 芝薰도
쉰의 고개턱에 걸려 그만 주저앉았다
덤을 逆算한 천재들의 밥상에는
빵 부스러기 생선 찌꺼기 초친 것 등
지친 것이 많다
그들은 일찌감치 숟갈을 놓았다
素月의 죽사발이나
李箱의 심줄구이 앞에는
늘 아류들이 득실거린다
누군가 들이켜다 만
하다못해 맹물이라도 마시며
이제부터 나는 덤으로 산다

* 宗三: 시인 김종삼, 仲燮: 화가 이중섭

 

 무식해서 잘 몰랐다. 한국시에 큰 발자취를 남긴 김광림 시인이 6월 9일 95세로 별세하셨다. 각 언론사 부고 기사에서 그의 인생 발자취 못지않게 '60이상 살면 덤'이라는 내용의 시가 눈에 확 들어왔다. 맞다. 100세 시대라지만 인생 60고개에서 주저앉은 친구나 지인들이 적지않다. 그래서 60이 환갑이고 60 넘어서는 요단강 건너는 데 순서가 없다는 건가. 어찌됐든 60이 넘어 덤으로 사는 사람에겐 새로운 인생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덤이라고 하기엔 지금의 60대 넘은 필부필부들의 인생이 그다지 녹록지 않다. 세상을 관조하면서 여유를 즐길 연배인데 여전히 무엇인가에 쫓기면서 허덕허덕하는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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