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길, 내가 미리 준비해 혼자갈게”… 셀프장례 확산
“저승길, 내가 미리 준비해 혼자갈게”… 셀프장례 확산
  • 이두 기자
  • 승인 2016.05.13 10: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례절차, 시신처리 등 내용담아… 자식 부담주기 싫고 독거노인 증가, 탈가족시대 영향

 

저승길을 미리 준비하는 '셀프장례'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의 한 추모공원.

죽음은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언젠가는 맞이해야 한다. 죽음으로 가는 저승길을 미리 준비하거나 알아서 혼자 절차를 밟는 중장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셀프장례다.
  서울에 사는 이호식(68)씨는 최근 상조회사에 셀프장례를 의뢰했다. 이씨는 장례계획서에 자신의 희망사항을 담아 상조회사에 전달했다. ‘자녀에게 부담주고 싶지 않다’ ‘염할 때 꽁꽁 묶지말라’ ‘입관은 평상시 모습으로 편안하게 해달라’ ‘화장해 선산에 뿌려달라’ ‘나의 장례를 많은 사람들에게 굳이 알리지 마라’ ‘병원에서 더 이상 희망없다고 하면 집에서 임종을 맞고 싶다’ ‘비싼 관·수의하지 마라’, ‘중환자실로 보내지마라’, ‘장례기간동안 가족과 싸우지 마라’ 등의 내용을 담았다.
  저승길을 미리 준비하는 셀프장례가 늘어나는 주요 이유는 고령화 시대에 자식에게 부담감을 주지 않고, 비싼 장례비 부담, 독거 노인의 증가, 탈가족화 등이다. 이호식씨는 자식이나 지인들에게 부담감을 주지 않기 위해 셀프장례를 가족 모르게 신청했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3일장을 치르는 평균비용이 1380만원이었다. 이에반해 셀프장례 비용은 70만원~300만원 정도다.
 가족과 관계가 끊어진 독거노인이 늘어나는 것도 셀프장례 확산의 한 요인이다. 혼자 생활하다 위급한 경우가 생기다 보면 누구에게 연락하기도 힘들게 된다. 이를 대비해 미리 셀프장례 절차를 밟는 것이다. 인천의 한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김영철(82세)씨는 “자식 만나기도 힘든 시대가 됐다. 최소한 나 스스로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 내가 세상을 떠날 경우 어떻게 해달라는 유언장 비슷한 것을 적어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는 연고가 없는 독거노인을 위해 무료로 장례를 치르는 방법을 마련해 놓고 있다. 미리 희망하는 독거노인들이 적지않다고 한다. 기존 상조회사들은 셀프장례 관련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으며 셀프장례만을 전문으로하는 상조회사도 생겨나고 있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