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져봐야 이길줄 안다” ... 뇌경색 이겨낸 오뚝이
“져봐야 이길줄 안다” ... 뇌경색 이겨낸 오뚝이
  • 이두 기자
  • 승인 2015.11.23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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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우승' 김인식의 ‘기다림과 믿음’… 지인들 “참을성 있고 신앙 큰 힘”
두산 감독 시절의 김인식.

 지난 11월 19일 2015 세계야구대회인 ‘프리미어 12’ 한국과 일본의 준결승전. 경기에 앞서 김인식 감독은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더그아웃에서 홈까지 50여m거리를 걸어나왔다. 일본 감독과 출전선수명단을 교환했다. 다시 천천히 더그아웃으로 걸어갔다. 이전까지 선수명단은 김감독이 다리가 불편한 점을 감안해 코치가 대신 건넸다.
 김감독이 다리가 불편해 진 것은 2004년 뇌경색으로 쓰러진 이후의 후유증이다. 뇌경색은 혈관이 막히거나 좁아지면서 뇌에 피가 공급되지 못해 뇌세포가 죽어 발생한다. 말이 어눌해지고 감각이 마비돼 제대로 움직일 수 없으며 심하면 목숨을 잃는다. 그의 뇌경색 소식에 일반 국민들은 적잖이 놀랐다.
 그는 2004년 지인의 결혼식에 갔다가 팔이 마비되는 것을 느끼고 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뇌경색 판정을 받고 오랜 재활기간을 거쳤다. 하루 6시간넘게 슬로우비디오처럼 움직였다. 마침내 다시 일어섰다. 2006년과 2009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국가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그는 4강과 준우승의 실력을 냈다. 국가대표감독은 일반인인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스트레스가 엄청나게 많은 자리다. 그런데도 뇌경색을 극복했다는 말이 믿어지지 않을만큼 차분하고 냉정하게 팀을 이끌었다. 지인의 말에 따르면 그가 종교로 어려움을 이겨냈다고 했다
 이번 대회 감독자리도 마찬가지다. 한국야구위원회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 최약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믿음과 기다림의 리더십을 발휘했다. 한국 야구사에 길이 남을 ‘도쿄대첩’을 만들어냈다. 그는 “선수들이 이렇게 잘 할 줄 몰랐다”며 “일본전은 국민에게 큰 기쁨 선사하고 내 인생에도 남을 명경기였다”고 말했다. “반드시 한번은 기회가 올 줄 알았다”며 “8회까지 몰렸지만 마지막 한번을 기다렸다”고 했다.
 일본 언론은 “한수가 아닌 두수 아래인 일본 감독을 가르쳤다”며 김감독의 리더십을 칭찬했다. 일본 야구의 전설인 장훈씨는 “김감독이 참을성으로 일본을 물리쳤다”며 리더십을 평가했다.
 김인식은 1970년대초 한일은행에 투수로 활약하던 중 어깨부상으로 26세의 나이에 선수 생활을 접었다. 이후 모교인 배문고 감독과 해태 코치를 거쳐 1990년 쌍방울레이더스 감독을 맡았다. 1999년 두산 팀을 맡은 뒤 2003년까지 두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통산 정규 시즌 승리는 980승이다. '믿음의 야구’로 명감독의 반열에 오른다. 이번 대회 마지막 결승서 김광현을 선발로 내세운 것은 ‘믿음’을 보여준 것이다.
 그는 예전 “프로야구 감독은 최소한 400패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400승을 더해 800경기를 치러야 제대로 지도자가 된다고 했다. 실패를 여러 번 해봐야 승리의 길도 보인다는 의미다.
 2017년에 세계야구선수권대회가 열린다. 그가 다시 감독을 맡을지 관심거리다. 현재로선 유력하다. 오뚝이가 주는 교훈과 즐거움을 맛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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