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년 전부터 나비넥타이 매고 등장... 2년후 ‘졸업 50년 행사’

베이비붐 세대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58개띠’들의 인생 질주는 멈추지 않는다. 이번에는 친구 딸 결혼식장이다. 58개띠 30여명이 8일 오전 서울 공덕동의 한 결혼식장 무대에 섰다. 고교 동기인 친구의 딸 결혼 축가를 부르기 위함이었다. 팝송 ‘홈 언더 레인지(Home On The Range)’를 부르며 신랑 신부에게는 ‘언덕 위의 집’ 처럼 그림같은 행복을 선사했다. 고교시절 밴드부 활동으로 대한민국 음악 전설(?)이 된 유기열 전음악교사는 트럼펫 반주로 다소 밋밋한 화음에 활기를 불어넣었고, 성악가 전인근 교수는 ‘6월의 어느 멋진 날’을 불러 식장의 품격을 한껏 끌어올렸다. 입답좋은 신연준(기업인) 사회자는 58개띠들의 인생 찬가를 읊으며 하객들을 들었다놨다 했다.
신랑 신부는 부모 세대들의 이색 선물에 더없이 고마워했고 하객들은 신기함과 웃음을 놓지 못했다. 하객들은 이런 색다른 결혼식은 처음 봐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같다며 환호와 박수를 퍼부었다. 80대도 함부로 말을 놓지못할 정도로 대단한 위엄을 갖춘 혼주 임공이씨는 “부탁을 마다않고 자리를 빛내준 허물없는 친구들이 고맙다”며 연신 싱글벙글했다.

멋진 무대를 선사한 친구들은 결혼식 한달여전부터 동기 단톡방에 하나둘씩 참가 희망을 밝혔고 10여일전 노래와 악보를 전달받았다. 각자 틈틈이 노래를 준비했고 몇몇은 결혼식 1시간전에 소리없이 노래를 연습하기도 했다. 가사가 생각 안나는 데 못부르면 어떡하냐는 우려에도 서로를 쳐다보며 웃고 또 웃었다.

70세를 2~3년 앞둔 이들은 인천고 76회 졸업생들이다. 인천의 마지막 고교 입시 세대로 1974년 인천고에 입학했고 1977년 2월 졸업했다. 고교 졸업 후 40여년간 각자 현업에 충실하다 7~8년부터 은퇴한 친구들이 늘기 시작하면서 76동문회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단톡방이 활성화됐고 친구 자녀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한 합창단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나비 넥타이를 맨다고 해서 ‘보타이 합창단’으로 불리기도 한다. 지금까지 10여 차례 자녀들 결혼식 무대에 올랐다.
동기 단톡방에는 200여명의 친구들이 고교 시절 추억담부터 자녀 결혼, 부모와의 이별, 손주들의 재롱, 가족 여행, 건강 정보 등 갖가지 스토리를 쏟아내며 우정을 진하게 쌓아가고 있다. 매일 아침 누군가가 ‘행복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아무말 대잔치’를 펼치고 상대의 약점을 파고 들듯 ‘웃음 파티’를 벌인다. 지난 2017년 인천 송도에서 졸업 40주년 행사를 가졌다. 고재경(기업인) 동기회장은 “졸업 50주년인 2027년에는 재미나고 잊지못할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찍 세상을 떴지만 한국 최초로 미국 식약청 승인 신약을 만든 홍창용과 한국 야구에 발자취를 남긴 김진우·인호봉 등이 이들과 동기다. 아직 현역인 프로야구 한화의 양승관 수석코치도 인천고 76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