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돌보는 할매·할빠들… “살맛난다”“아이고 힘들어”
손주 돌보는 할매·할빠들… “살맛난다”“아이고 힘들어”
  • 김현정 기자
  • 승인 2016.06.06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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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 재롱은 노년의 기쁨”… “애 키워준 공없고 서운함만 남아”

 

손주는 재롱덩인가 애물단지인가. 한 할아버지가 손자의 손을 잡고 가방을 들고 걸어가고 있다.

서울 연신내에 사는 김홍철(64)씨는 매일 아침 일곱 살 된 손주를 유치원에 모셔다(?) 준다. 김씨는 맞벌이를 하는 아들 부부의 자식을 3년째 돌보고 있다. 경기도 일산에서 사업을 하는 장철준(60)씨 부부는 7년째 손자, 손녀와 같이 살고 있다. 아들내외가 이혼을 하는 바람에 잠시 맡겠다고 생각한 것이 어느 새 7년이 됐다. 큰 손자가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가 장씨의 부인이 손자와 매일 등하교를 함께 한다.
  손주들과 함께 살며 키우며 학교까지 보내는 동반자 역할을 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늘어나고 있다. 손주들의 아버지, 어머니 역할을 한다해서 할매, 할빠로 부르기도 한다. 2015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맞벌이 부부 518만6000가구중 절반 가까이 조부모에 육아를 맡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주를 돌보는 할매 할빠들의 반응은 양극으로 나뉜다. 우선 손주들 덕분에 살맛난다는 노년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 노인들은 손주들이 아기 때부터 크기까지의 과정을 함께하며 육아일기도 쓰고 있다. 10년간 손주 넷을 돌봤다는 곽일권(70)씨는 손자들의 처음 몸뒤집기, 일어서기, 걷기 등을 직접 기록해 책으로 내기도 했다. 추사 김정희도 노년의 가장 큰 기쁨은 손자의 재롱을 보는 것이라고 했다.
  손주가 자라면서 자신의 뜻을 펼치려 할 때 점점 힘들다는 의견도 적지않다. 4년간 손녀를 돌봤다는 차영숙(58)씨는 “손녀를 키우는 동안 내 시간을 제대로 가져보지 못했다”며 “다시는 손주를 맡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옛날부터 애기 키워준 공은 없다는 말이 맞다”며 “나는 나름대로 했는데 딸과 사이만 벌어졌다”고 말했다. 손주, 자식과 함께 3대가 산다는 정일원(78)씨는 “손주가 귀여운 건 5분이다. 막 뛰놀면 정신이 없어 빨리 내 방에서 나가기만을 바란다”며 “얼마전에는 거실에 있는 화분을 손주녀석이 깼을때는 정말 미웠다”고 했다. 그는 손주들이 대여섯살만 되면 자기들 맘대로 하려해 노인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했다.
  국립국어원은 4년전 ‘노부모가 맞벌이 자녀를 대신해 아이를 돌보다 생기는 정신적 건강상 문제’라는 뜻의 ‘손주병’을 신조어로 등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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