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는 왜 검찰 수사까지 받는 지경에 이르렀을까. 표면적으로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서 드러난 비자금 조성, 일감 몰아주기와 각종 비리다. 그러나 실제로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좀 더 이른 시간에 교통정리를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라는 여론이 적지않다. 끝까지 재산을 놓지않고 권한을 행사하려는 노욕이 형제간 골육상쟁을 낳고 롯데를 궁지로 몰아넣는 사태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신격호 회장의 넷째 여동생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에 법원에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을 했다. 쉽게 말해 신회장의 정신감정과 정확한 의사표시 여부를 의뢰한 것이다. 신회장은 90이 넘은 나이에 휠체어를 타고 정신 감정을 받기 위해 서울대병원과 현대아산병원을 오가는 모습을 대중에 공개해야 했다. 성년후견인 제도는 과거 금치산자와 한정치산자 제도를 대체한 것으로 질병, 장애, 노령 등의 이유로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 어려운 성인을 위해 법원이 후견인을 지정하는 것이다.
요즘 노인들은 삶이 다할때까지 재산을 꼭 움켜쥐고 있으려 한다. 이는 재산을 상속했을 경우 자식들에게 외면당하고 무시당하기 때문이다. 일견 일리있다. 그러나 신회장처럼 시기를 놓칠 경우 지금처럼 엄청난 화를 가져올 수 있다. 정신 전문가들은 “자식에게 바로 재산을 물려주지 않더라도 유언장은 정신이 올바를 때 작성하고 재산분배를 결정해 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한 전문가는 자식들은 재산이 있는 부모가 정신이 예전같지 못하다고 판단될 때 재산싸움을 시작하게 된다며 이는 부모의 의사와 상관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부모가 상속을 정확히 선을 긋이 않을 때라는 것이다. 자식들에게만 책임을 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정신이 오락가락 함은 물론 감정도 자주 바뀌게 된다. 자신에게 잠시 잘해주면 기분이 좋았다 조금이라도 서운하면 미워하게 된다. 나이들수록 애가 된다는 말이 맞다. 노인이 되면 자신과 오랜 시간 함께한 자식에게는 고마움보다 서운함만 남고 어쩌다 한번씩 찾아오는 자식에게 오히려 기쁨을 나타나게 된다. 이는 24시간 곁에있는 자식이 자신의 뜻을 100% 들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이미 정상적인 판단이나 결정이 힘들어 졌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이 되기 전 재산이나 집안 문제를 교통 정리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
성년후견인제도 신청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13년 30건에서 2014년 50건, 2015년 70건을 기록했다. 한 변호사는 치매가 확인되면 바로 성년후견인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