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열권으로도 모자랄 내 인생사… 자서전 쓰는 내가 대단”
“책 열권으로도 모자랄 내 인생사… 자서전 쓰는 내가 대단”
  • 이두 기자
  • 승인 2016.07.10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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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동구노인문화센터서 70~80대 노인들 삶 돌아보며 하하호호

 

동구노인문화센터 '자서전 쓰기 교실'에서 어르신들이 가계도를 만들고 있다.

  1929년 태어났다. 인천 송현초등학교 1회 졸업생이다. 그림을 잘그려 미8군 미술부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화도언덕에 신혼살림을 차렸다. 아내는 애교가 많았다 사람을 많이 웃겼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편히 하늘나라에서 서예를 하고 있으시라 믿는다. 한글 몰라서 어떻게 글을 쓸까 했는 데 어느 새 ‘My Way’란 제목의 내 책이 나왔다.(86세 ㅇ씨 자서전 중)
​  49세때 이혼했다. 남편이 여섯 번이나 다른 여자를 만나 바람을 피웠다. 셀수도 없이 와장창했다. 결혼 21년을 결말내야했다. 지금도 후회는 없다. 늦을 때가 빠르다고 생각해 도전을 놓치지 않고 목표를 세워 노력하라고 자신에게 말한다. 나와 많은 얘기를 나누고 바르게 커 준 딸이 너무 고맙다. (70대 ㅇ씨 자서전 중)
  

어릴적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직접 딱지를 치고 있다.

인천시 동구노인문화센터가 5년째 지역노인들을 위한 무료 자서전쓰기 교실을 열고 있다. 지난해까지 22명이 자서전을 냈다. 올해는 70~80대 주민 9명이 참여해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글로 정리하고 있다. 
  수업은 3월부터 12월까지 매주 수요일에 진행된다. 7~8월은 휴가 기간이다. 권지연 노인문화센터장이 강사가 되어 어르신들과 함께 한다. 수업은 태어났을 때, 어린시절, 초중고 시절, 첫사랑, 결혼, 자녀보기, 중년과 노년의 삶, 유언 작성 순으로 진행된다. 참석자들은 지난 6월까지 태어나서 결혼까지의 인생을 정리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딱지치기를 직접 하고 교복입은 중고등학생들의 동영상과 전통 결혼식 사진을 보기도 했다.
  권센터장은 “노년에는 정신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며 “자서전 쓰기는 우울증을 극복하고 삶의 의욕을 불어넣어주는 데 좋은 프로그램이다”라고 말했다.
 

자서전들.

  참석자들은 처음에 “내가 글을 쓸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한글 맞춤법을 제대로 몰라 쭈삣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센터관계자와 서로의 격려에 힘입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를 여행하듯 글을 채워가고 있다. 참석자들은 “내 인생 책으로 쓰면 열권도 모자랄 정도”라며 “오랫동안 털어놓지 못했던 속마음을 자신에게 속시원히 털어놓아 가슴이 뻥뚫리는 것같아 매주 이 시간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이들은 수업을 하면서 “나만 한평생 힘들게 산게 아니었고 나보다 더 어렵게 살았던 사람이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입모아 말한다. 한 할아버지는 “집에 먹을 게 없어 늘 배고파 고생했던 기억이 남는데 한 할머니가 자신은 어디에서 태어난지도 모르고 부모 얼굴도 모른다는 얘기를 듣고나서는 ‘내 고생은 고생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자서전을 써 출판기념회를 가진 자랑스런 어르신들.

   지난해 책을 펴낸 주인공들의 인생에는 삶의 고단함과 인생의 회한이 곳곳에 담겨있다. 6.25당시의 처참함, 먹고살고 자식을 키우기 위한 처절한 노력, 가슴아픈 헤어짐과 이별 등 사연이 구구절절하다. 한평생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며 열심히 살아왔다는 자부심도 담겨있다.
  참석자들은 서로가 남다르게 살아온 인생을 공감하고 나누며 가족 못지않는 끈끈함도 얻었다. 지난해 나온 책 끝부분에 참석자들이 남기는 글에는 서로에 대한 감사함이 넘쳐난다. ‘내 삶의 은인’, ‘당신 덕분에 우울증 이겨냈어’ ‘작은 고추처럼 늘 야무진 어머니’ ‘꿋꿋이 살아오신 당신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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