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일산에 살던 김영철(62)씨는 지난 2012년 전남 장성으로 귀농했다. 장성군은 도시 귀농인을 받아들이기 위해 200가구가 살 수 있는 집단 전원마을인 ‘드림빌’을 꾸몄다. 드림빌은 말 그래도 꿈의 마을이었다. 가구마다 집앞에 큰 잔디뜰이 있고 현대식 하우스를 갖춘 100% 도시 귀농인을 위한 단지였다.
그러나 김씨는 1년만에 다시 도시로 돌아왔다. 꿈같은 생활을 기대했으나 답답해서 도저히 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가고 싶은데 마음대로 갈 수 없고 이웃과 술마시고 대화를 하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매일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 경우처럼 은퇴후 시골 생활이 도시보다 스트레스를 더 받고 질병도 많이 생긴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전국 19만 7000여명을 대상으로 ‘지역 건강 불평등과 스트레스 수준’을 조사했다. 그 결과 비도시 거주민 스트레스 수준이 도시민보다 높게 나왔다. 시골에 사는 주민의 나이가 많을수록 스트레스 지수도 올라갔다. 주된 이유는 도시에 비해 즐길 수 있는 여가시설이 부족하고, 대중교통도 부족해 맘대로 여행이나 도시로 나갈 수 없고, 건강을 수시로 체크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도시 직장인 상당수는 은퇴하면 시골에 가서 전원생활을 하는 것이 꿈이다. 실제로 귀농인구는 매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뚜렷한 목표없이 귀농했다간 더 피곤한 시골 생활이 된다며 은퇴 후 계획을 뚜렷하게 세우고 귀농해야 한다고 귀농 선배들은 말한다. 서울 광고대행사 퇴직후 2012년부터 장성에 거주하는 황일로(55)씨는 “농사를 어떻게 짓고 판매루트를 개척하고, 이웃과 교류하고, 지역 텃세를 이겨내야 하는 등 귀농인으로 정착하려면 도시 못지않게 신경쓸 일이 많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