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29년생이니 여든여덟이네요. 인생 너무 짧아요. 한평생이 눈 깜짝하듯이 지나갔어요. 가수가 되고 싶어 지금도 노래를 즐겨 부릅니다”
인천 동구 화수동에 사는 이복남씨는 한평생 인생이야기를 담은 자서전을 냈다. 책 제목은 ‘My Way’다. 인천동구노인문화센터의 자서전쓰기 교실에 다니면서 도움을 받았다.
이씨의 한 평생에는 인생의 질곡과 한국 근현대사가 고스란이 녹아있다. 일제강점기때 태어나 한글대신 일본어를 배웠고 6.25의 비참함을 겪었고 미군부대서 20년 근무했다. 미군철수에 휘말려 직장을 잃었고 막노동, 책세일 등 안해 본일이 없다. 한글과 영어를 혼자 공부해 익혔다. 대한민국을 잘 살게 만들었다고 생각해 박정희전대통령을 존경한다. 4년전 아내와 사별하고 지금은 혼자 생활한다. 3남1녀 자식들과 전화 통화를 종종한다. 막내 딸과는 아직도 불편한 관계다.

“젊었을 때 여자에게 인기가 많았습니다. 딸이 아버지가 바람피워 엄마를 고생시켰다고 생각하네요. 아버지에게 한마디 하라고 자식들에게 자서전 답글을 부탁했어요. 아들들은 보내왔는데 딸은 답이 없어 책에 싣지 못해 안타까워요.”
이씨는 지금도 ‘멋진 어르신 신사’다 동구노인문화센터 관계자는 “할아버지가 머리나 옷 등 항상 깨끗하게 하고 다니신다”며 “남을 배려하고 매너도 좋아 할머니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했다.
혼자 사는 이씨는 밥을 직접 하고 옷은 거의 매일 갈아입는다고 했다. 노인 냄새를 풍기지 않기 위해서다. 중요한 만남이나 모임이 있을 때는 향수도 뿌린다. 특별히 아픈 곳도 없고 몸도 날씬하다. 지금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하지만 그를 지탱시켜주는 것은 세상 원망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알차게 보내는 긍정심과 부지런함이다.
“하루하루 즐겁게 삽니다. 아침 일찍 자유공원에 올라 에어로빅을 하고 수영도 하고 복지회관에서 무료로 점심을 먹고 자서전 쓰기와 노래 부르기 등 배우고 할 게 너무 많아요.”
그는 송현초등학교 1회 졸업생으로 화수동이 고향인 인천 토박이다. 20대때 인천을 떠나 오랫동안 서울에 살다 10여년전 다시 동구로 이사왔다.

젊었을 때 가수를 꿈꿨으며 지금도 가수의 꿈을 간직하고 있다. 지니고 다니는 수첩에는 노래 수백곡과 노래방 곡번호가 적혀있다. ‘고향 아줌마’ ‘고향 무정’ ‘가지마오’ 등을 즐겨 부른다. 최근에는 ‘내 나이가 어때서’ ‘묻지 마세요’ 등이 추가됐다. 때로는 밤새워 노래를 듣는다고 했다.
그는 공원이나 집근처에서 멍하게 앉아있는 노인들이 딱하게 보인다고 했다.
“아는 노인들에게 취미 생활을 해보라고 권유합니다. 취미생활도 해본 사람만이 하는지 대부분 고개를 흔들어요. 나이들수록 삶을 즐길 수 있는 취미를 가져야 합니다.”
이씨는 태어나고 자랄 당시 화도진 인근에는 집이 별로 없었다고 했다. 바닷물이 근처까지 들어와 짠물에서 헤엄치고 배고프면 인근 밭에서 무를 빼어먹었다며 기억을 더듬었다.
“세상이 너무 확 바뀌었어요. 젊은날을 돌아보면 지금은 살기 좋은 세상인데 젊은이들은 힘들다고 하네요. 자식들의 삶도 녹녹치 않아 내가 먼저 안부전화를 합니다. 어찌보면 모든 사람의 고단한 삶과 인생역정은 비슷한 것같아요. 내 삶만 힘들다고 생각하면 삶이 더 힘들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