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호준의 ‘삶의 길목에서’-두번째 자기를 찾아서
송호준의 ‘삶의 길목에서’-두번째 자기를 찾아서
  • 송호준 기자
  • 승인 2016.08.29 0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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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아침 7시경 자전거 출근길에 마주치는 할머니가있다. 매우 단정하다. 흐트러짐이 없다. 이른 새벽 산책길인데도 잘 차려입었다. 줄이 선 바지. 주름이 고운 브라우스와 티없는 자켓, 몇번은 단단히 고정했을 스카프까지 공을 들였다. 맑게 닦은 안경속의 표정까지 정돈되고 차분하다. 궁금해졌다. 저 할머니의 다른 모습은 어떨까? 아무 몸빼나 걸치고 머리에는 수건을 두르고 하루종일 뙤약볕에서 일하다 땀으로 얼룩진 얼굴을 훔치며 푸른 하늘을 바라볼 때의 표정은 어떨까? 아니면 손주의 등살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모습은 어떨까? 누구나 자기 제복이 있다. 그 제복은 정제되고 근엄하다. 남에게 나설때 밖으로 나올때 우리는 대부분 그 제복을 입는다. 그리고 슬프게도 그 제복은 모두 비슷하다. 길을 나서면 우리는 모두 자신의 제복을 잘 갖춰입고 무표정하고 절도있게 흘러가는 군중과 마추친다. 왜 우리는 남과 똑같이 보이려고 그렇게 애쓰는 것일까? 자연스러운 감정의 발로가 흘러넘처 저절로 무뚝뚝함을 버리고 미소가 번지는 얼굴들로 만날 수 없는 것일까? 나이가 들수록 자기 얼굴을 갖추라고 우리는 교육받았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자신의 제복을 갖춰입으라는 말에 불과하다.

 두번째 자기를 찾아보라. 자유분방하고 충동적이고 돌출적인! 그러면서도 자기의 멋스러움을 발현하는! 그것을 타인에게 감염시키는! 그래서 인생은 엄격한 것이 아니라 즐거워야한다는 것을! 두번째 자기가 첫번째 자기가 되어야한다.

송호준- 58년 개띠. 고려대 영문과 졸. 광고대행사 카피라이터, SK마케팅고문. 인터넷한겨레 기획위원 역임. 현 물고기자리(수산물유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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