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불을 일으키는 도구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원시인들이 여행을 떠날 때면 무거운 부싯돌과 활을 챙겨야했고 전쟁과 같은 긴박한 상황을 전하는 알림불이 꺼지지 않도록 불철주야 경계병을 세워야했다. 지금은 불을 일으키는 도구가 너무나 흔하다. 성냥,라이터,가스렌지.. 통계는 없지만 인류 1인당 100개이상의 도구를 소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금은 길을 나설 때 불을 일으키는 도구를 소지하지 않는다. 어디를 가든 불은 쉽게 얻을 수 있고 도구를 살 수 있고 불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어느 날 산을 혼자 올랐고 인적이 없는 길로 들어섰고 비는 추슥하게 내리고 날은 어둡고 몸은 차가운데 불을 일으키는 도구를 소지하고 있지 않을 때 그 낭패감이란! 태초의 불을 소지하기 전의 상태로 돌아가 엄습해오는 차가운 공포감이란! 그리고 간절히 원하는 성냥 한개비, 작고 보잘것없는 라이터가 일으키는 불에 대한 갈망이란!
마음도 그런 것이리라. 마음 속에 불을 지필 도구를 우리는 하나쯤 항상 소지하여야한다. 사랑을 일으키고 희망을 솟게하고 나의 못남과 아름다움을 모두 비춰줄 불쏘시개 하나를 스스로 찾아 지펴보라. 그리고 그불은 꺼트리지 말라. 그불은 나를 밝히지만 다른 이에게도 길을 비춰줄 등대가 될 것이다.
송호준- 58년 개띠. 고려대 영문과 졸. 광고대행사 카피라이터, SK마케팅고문. 인터넷한겨레 기획위원 역임. 현 물고기자리(수산물유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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