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호준의 ‘삶의 길목에서’-비와 인생
송호준의 ‘삶의 길목에서’-비와 인생
  • 송호준 기자
  • 승인 2016.09.22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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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살배기 어린 시절에는 비가 오면 빗속에서 마구 뛰어놀았다. 이십대에는 비가 오면 우산도 일부러 쓰지 않은 채 버버리나 검은 자켓 깃을 세우고 멋을 내며 걸었다. 삼십대에는 산에 올라 쏟아지는 소나기를 흠씬 맞으며 여름 햇빛이 나기를 기다렸다. 사십대에는 자전거 안장에 올라 강변의 소슬비를 만끽했다. 오십대에는 자동차 핸들을 잡고 쏟아지는 국도변을 달리며 유리창에 부딪히는 빗줄기에 다시 솟는 열정을 느꼈다. 육십대에는 멀리 숲속에서 피어오르는 희뿌연 비안개를 보며 인생의 지나감을 느낀다...비가 오는 날 밤은 잠이 잘온다. 사납던 꿈들도 잦아들고 아늑한 후득거림에 시간도 잠시 영면한다. 자연에 비라는 존재가 없고 마른 날만 계속있다면..인간은 젖으면 말려야하고 메마르면 적셔야하는 존재이다. 비를 보고 비를 들으며 비를 잊는다...

송호준- 58년 개띠. 고려대 영문과 졸. 광고대행사 카피라이터, SK마케팅고문. 인터넷한겨레 기획위원 역임. 현 물고기자리(수산물유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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