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아버지들은 비밀을 가지고 있다. 아내가 평소 갖고 싶어하는 물건을 큰 맘먹고 사들고와서는 반값에 특별히 샀다고 내미는 허세의 비밀. 오랫만에 친구를 만나 기죽기싫어 한잔 크게 사고 들어와서는 한푼도 안내고 공짜술을 먹었다고 너스레를 떠는 자존심의 비밀.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을 것을 아이들 보는 앞에서는 불의스런(?) 일을 참지못하고 행동에 나서는 용기의 비밀. 직장을 그만두고서도 차마 말을 못하고 1년여를 매일 어김없이 출퇴근하는 척하는 위장의 비밀...비밀이라기보다는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이런 모습들을 한두가지씩 지니고 있다. 남자의 일생은 아버지가 되는 순간 모든 것이 달라진다. 자기중심의 삶에서 가족중심의 삶으로 바뀐다. 자신을 드러내는 삶에서 가족을 감싸는 삶으로 전환된다.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들은 그래서 비밀이 된다. 그 비밀은 금새 드러나는 거짓말부터 영원히 침묵속에서 빛나는 자기희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좋은 아버지란 무엇일까? '자기파괴적인 일들은 문앞에 남겨두고 자기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다. 즉 좋은 아버지는 가족들이 기분좋게 덮어줄 '비밀'을 만들 줄 아는 사람이다.
송호준- 58년 개띠. 고려대 영문과 졸. 광고대행사 카피라이터, SK마케팅고문. 인터넷한겨레 기획위원 역임. 현 물고기자리(수산물유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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