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호준의 ‘삶의 길목에서’-존재의 건너편
송호준의 ‘삶의 길목에서’-존재의 건너편
  • 송호준 기자
  • 승인 2016.11.14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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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외로우니까 '관계'를 맺고 허무하니까 '사랑'에 매달린다. 유한하니까 '시간'에 종속당하고 위험하니까 '안주'의 삶을 도모한다. 꿈을 꾸는 자는 '불면'이고 길을 걷는 자는 '주저 앉은 평온'을 구한다. 나는 나의 '이쪽'에 있지 못하고 나의 '반대편'에 있다. 나는 '내'가 되지 못하고 오히려 나의 그림자가 되어 나를 '추적'한다. 나의 시간은 나의 것이 되지 못하며 그 시간의 그늘에 나는 숨겨진다. 나는 언제 철들었는가? 어느날 엄습해오는 짓눌림으로 말하지도 못하고 소리지르지도 못하고 몸을 일으키지도 못하는 극심한 두려움속에서도 나는 철들지 못하였다. 많은 이들의 임종과 많은 사변들의 유희속에서 나는 나를 지켜 내지 못하였다. 나는 '존재의 강'을 건너지 못하였다. 나의 실재는 갑옷속에서 강하게 단련되지 못하고 연약한 바람으로 떨기만 했다. 대담하게 눈을 들어 반대편을 바라보라. 전장을 두려워하지 않는 말의 충실한 안장에 올라 가시넝쿨을 훌쩍 넘어 진흙탕을 튀기며 쏜살같이 달려가라. 존재의 건너편으로.

 

송호준- 58년 개띠. 고려대 영문과 졸. 광고대행사 카피라이터, SK마케팅고문. 인터넷한겨레 기획위원 역임. 현 물고기자리(수산물유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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