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호준의 ‘삶의 길목에서’-아이러니의 변주
송호준의 ‘삶의 길목에서’-아이러니의 변주
  • 송호준 기자
  • 승인 2016.11.29 1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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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70대 늙은 치과의사의 말. "평생을 사람들 입안만 바라보고 살았어. 젊을 때는 그냥 별다른 생각없이 이를 뽑았지. 지금은 달라. 사람들 입안이 그렇게 크게 느껴질 수가 없어. 입안이 크나 큰 우주로 느껴지더라고. 그 광활한 우주를 여행하는 기분. 그속의 이 하나하나도 소홀히 할 수가 없더라고 "어느 다른 70대 치과의사의 말. "35년이상을 사람들 입만 보며 살았지. 그런데 처음엔 몰랐는데 점점 스트레스가 극심해지는거야. 세상은 넓고 넓은데 왜 하필 그 작은 것만 쳐다보며 살아야하는지. 사람들 입만보면 마치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버릴 것 같아 미치겠어".

이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있는 것(what it is)과 의미하는 것(what it means)의 차이를 우리는 아이러니라 한다. 우리는 모든 소소한 일상에서 큰 우주의 느낌까지 아이러니를 경험한다. 우리 인생의 희노애락은 모두 아이러니의 변주라 할 수 있다. 예술과 종교, 전쟁과 혁명같이 인간의 역사를 지배해온 흐름도 결국은 극대화된 아이러니의 시연장(試演場)에 다름 아니었다. 아이러니는 인간의 삶과 의식에 기생하여 때로는 착각과 환상의 형태로, 때로는 기대와 희망의 형태로 인간의 심성을 지배한다. 당신은 바늘 구멍을 통해 작고 작은 인생의 한계를 느끼는가? 바늘구멍을 통해 우주를 보는가? 당신이 선택할 문제이다.

 

송호준- 58년 개띠. 고려대 영문과 졸. 광고대행사 카피라이터, SK마케팅고문. 인터넷한겨레 기획위원 역임. 현 물고기자리(수산물유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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