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하 난쏘공)을 아시나요. 작가 조세희가 1978년 발표한 소설이다. 당시 서슬이 퍼렇던 박정희 정권 시절 처참한 노동현장을 고발한 시대소설이다. 난쏘공이 최근 300쇄를 돌파했다. 시대와 세상이 변해도 그만큼 꾸준히 읽힌다는 뜻이다. 1978년 초판이래 지금까지 137만여부가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난쏘공은 인천하고도 인연이 깊다.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는 ‘은강’이 바로 인천이다. ‘기계도시’로 설명하는 공장지대는 한때 대표적인 공장지대였던 인천시 동구 만석동이다. 현재도 두산인프라코어, 동일방직, 삼미, 삼화제분, 한국기초소재, 혁원일제강, 올파인텍 등 수십개의 공장이 있다.
70~80년대 출퇴근 시간대와 부두에 북적거렸던 만석동거리는 이제는 황량하고 쓸쓸한 풍경이 됐다. 낚시꾼들이 종종 찾는 만석부두도 평일에는 한가하기만 하다. 만석부두라는 표지판이 없으면 찾기조차 쉽지 않다.

조세희는 1975년부터 3년 동안 ‘문학과 지성’, ‘창작과 비평’ 등 8곳에 연작소설 12편을 발표했고, 1978년 6월 12편을 묶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출간했다. 작품의 배경인 은강을 상세하게 소개하는 내용이 포함된 ‘기계도시’는 당시 ‘대학신문’에도 실렸다.
당시 대학생이나 식자층이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였다. 출간 6개월만에 9만부가 팔리는 베스트셀러로 화제가 됐다. 대학가에서는 운동권 서적으로 불리기도 했다. 영화가 제작되고 연극으로 만들어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서는 난쏘공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진 적도 있다. 부도덕한 기업인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한 논의를 이 소설이 만들어낸 것이다. 1980~90년대 대학생들이 교과서처럼 읽으며 공부한 소설은 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됐고, 대입 수학능력시험에도 나왔다.
조씨는 한 인터뷰에서 “40여년전 작품이 아직까지 많이 읽힌다는 게 우리 사회가 여전히 어렵다는 증거인가 싶어 우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