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知天命은 무슨… 삶에 쫓겨 말 한마디에도 흔들”
“知天命은 무슨… 삶에 쫓겨 말 한마디에도 흔들”
  • 이두 기자
  • 승인 2015.11.2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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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특집-5070세대 현주소, 대부분 빡빡한 ‘제2 인생’… 맞벌이 등 후반 삶 설계 절실

 

 

5070세대의 삶이 바쁘다. 젊었을 때 어른들은 삶의 여유를 즐기는 줄 알았는 데. 중장년들이 지하철을 갈아타기 위해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인천에 살던 홍인길(가명·73세)씨는 7년전 강원도 영월에 정착했다. 아내를 인천에 남겨두고 홀로 와 가축을 키우고 밭농사를 했다. 최근에 힘이 달려 밭농사만 한다. 홍씨는 집안에 일이 있을 때만 인천과 자식이 사는 김포를 찾아간다고 했다. 처음엔 외롭고 시골 생활이 불편했지만 지금은 괜찮다고 했다.
 외국 대사관에 30년 넘게 근무한 박철영(가명·65)씨는 최근 퇴직했다. 그는 두달전 처제가 운영하는 서울 여의도의 한 치과에 관리부장으로 취직했다. 말이 관리부장이지 경비와 청소도 함께 한다. 힘쓰는 일이 적지않아 체력이 달려 갈수록 걱정이 커진다고 했다.
 알미늄 관련 기술자였던 정석영(가명·58)씨는 지난해 6월 회사에서 강제퇴직 당했다. 올초 건물 관리인으로 취직했다. 그는 “나이 50전까지는 전문가라 여기저기 불려다녔다”라며 “이제는 월급이 최저임금 수준이지만 어쩔 수 없이 다닌다”고 했다. 버스로 1시간반이나 되는 거리를 출퇴근한다.
 5070세대의 ‘제2 인생’이 만만치 않다. 은퇴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5070세대는 어쩔수없이 다시 돈을 벌어야 하는 숙명에 놓여있다. 일자리를 잡은 경우는 나은 편이다.
 국내 은행 지점장 출신인 이치용(가명·57)씨는 2년째 일자리를 못잡고 있다. 이씨는 지점장 출신들이 모여서 임차한 오피스텔에 나가고 있다. 이씨는“친구들 일부는 주식을 하면서 나름대로 생활하고 있지만 매일 5~6명이 모여 사랑방에서 잡담으로 하루를 보내기 일쑤다”라고 말했다. 취업이 되지 않을 것같아 전전긍긍속에 하루를 보낸다고 했다.
 대리운전을 하는 사례도 있다. 최인철(가명·59)씨는 IMF전까지 국내 유명 자동차회사에 다녔다. IMF이후 계열사로 발령받았다. 몇 년 다니다 회사를 그만뒀다. 이후 10여년간 마땅한 일을 찾지 못했다. 그는 올해초부터 대리운전을 하고 있다.

 대다수 5070세대에게 은퇴는 쓰나미와 같다. 부모와 자식에 돈과 시간을 쏟아부었기에 퇴직하면 남는 건 시간밖에 없다. 경제력이 뒷받침 되는 것도 아니다. 60넘어 받는 국민연금으로는 생활자체가 어렵다. 연금을 받는 공무원이나 교사, 군인들은 일반 퇴직자에 비해 제2의 인생이 객관적으로 나은 편이다.
 은퇴 전문가들은 “상당수 은퇴자들은 노후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퇴직하자마자 생활에 쫓기는 것이 대부분 현실”이라며 “앞으로라도 남은 시간을 잘 활용해야 제2의 인생이 평탄해질수 있다”고 말한다. 금융권의 한 은퇴전문가는 퇴직해서도 평생 현역의 자세로 생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고 밖에서 사람도 많이 만나고 자신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했다.
 100세 시대인 만큼 최소한 30~40년을 더 생활하는 데 새로운 삶을 사는 데 자신만의 주특기를 하루빨리 찾아내 이를 활용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경제적 여력이 있어도 등산이나 골프, 봉사만으로는 남은 시간을 보낼 수 없다는 것이다.
 한 퇴직전문가는 퇴직후에는 아내와 함께 벌이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외벌이로는 기존의 경제 생활을 감당하기 쉽지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는 “퇴직자들은 다시 취직하면 현실적으로 150만원이상 받기 힘들다”며 “아내가 부족분을 채워줘야 가정이 그런대로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장인성(가명·61)씨는 경제적 문제로 가족과 잠시 떨어져 강원도 횡성에서 생활하고 있다.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중이다. 지난 10월 24일 시험을 쳤다. 마음이 편치않아 준비를 제대로 못해 합격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공자께서 나이 50이면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이라 했는 데 지금은 누구 말 한마디에 울고웃는 내 마음조차 스스로 갈피를 못잡는 그런 신세가 됐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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