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가입… 부천엔 문학향기 가득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가입… 부천엔 문학향기 가득
  • 시니어오늘 기자
  • 승인 2017.11.22 21: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변영로 정지용 양귀자 펄벅 등 수많은 문인 인연...도서관 150여곳서 시민들 손쉽게 책 접할 수 있어
부천 공원에 세워져 있는 수주 변영로의 논개 시비.

부천시가 지난 10월 31일 동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유네스코의 문학분야 창의도시로 지정됐다. 이같은 사실을 반영하듯 부천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인들의 숨결이 곳곳에서 숨쉬고 있다.시 ‘논개’로 유명한 수주 변영로, 한국의 대표적 서정시인의 한 명인 정지용, 소설로 부천시 원미동을 전국에 알린 ‘원미동 사람들’의 작가 양귀자, 월남전의 참상을 그린 ‘하얀전쟁’의 작가 안정효 등이 문학으로 부천을 알리거나 인연을 맺었다.
수주 변영로는 고향이 부천이다. 그는 아호를 부천의 옛 지명인 '수주'로 했다. 어린 시절을 오정구 고강동에 보냈다. 3·1 운동 때 독립선언서를 영문으로 번역해 해외 전파한 변 시인은 수 필 '명정(酩酊) 40년'으로 유명하며 시 '두만강 상류를 끼고 가며', '정계비'(定界碑), '논개' 등을 남겼다. 부천시는 그를 기리고자 중앙공원에 시비를 세웠고 고강동∼역곡동 수주대로엔 기념 동상을 만들었다. 수주문학상도 매년 시상한다. 고강동에는 그의 호를 딴 수주초중고교와 도로가 있다. 부천시청 앞 광장에는 시비가 세워져 있다.

◆원미구청 앞에 '원미동 사람들 거리'
 부천시 원미구청 앞에는 ‘원미동 사람들 거리’가 만들어져 있다. 소설가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을 모티브로 한 것이다. 소설 속 등장 인물로 땅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강노인, 원미동 시인인 몽달씨 등을 조각으로 만들어 놓았다. 양귀자는 1980년대 후반 부천 원미동을 소재로 ‘원미동 사람들’이란 작품을 내 급격히 도시화되어가는 부천을 전국적으로 알렸다. 실제 원미동에서 살았던 양귀자는 ‘멀고 아름다운 동네’‘불씨’‘마지막 땅’‘원미동 시인’‘한 마리의 나그네 쥐’ 등 11편의 단편을 모아 ‘원미동 사람들’을 냈다. 양귀자는 소설에서 원미동(遠美洞)을 한자 풀이하듯 ‘멀고 아름다운 동네’로 표현했다. 소설은 경제적 이유로 서울에 발붙이지 못하고 서울에서 밀려나 부천으로 이사온 가족들이 원미동에 살면서 겪는 일상들로 서민들의 고단한 세상살이와 희망을 노래했다. 사진사, 찻집이나 지물포주인, 수리공 등 삶이 넉넉지 않은 소시민들이 주요 등장인물이다.
 부천은 '한국 현대시의 아버지'라 불리는 정지용과도 인연이 있다. 시 ‘향수’로 유명한 시인 정지용은 일제말 부천(당시 소사)에서 머물면서 활동했다. 일제말 일본이 서울 사람들을 지방으로 내려보낼 때 복사꽃이 많고 아름다운 부천을 택해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한때 살며 활동했던 경인국도 소사본동의 건물에는 푯말이 세워져 있다. 가톨릭 신자인 정지용은 1943년부터 3년 동안 부천에 머물며 성소만 있던 부천에 신부를 모셔와 부천 최초의 소사성당을 창립하는 데 앞장섰다.
 

동요작가 목일신 '자전거' 시비.

동요 ‘자전거’와 ‘누가누가 잘하나’‘자장가’를 작사한 목일신은 부천에서 27년간을 살았다. 한국아동문학가협의회 부회장을 지낸 목일신 작가는 1960년 부천으로 이사와 1986년 생을 마감했다. 그는 오래 살았던 범박동의 범박동가를 짓기도 했다. 그의 작품 중 '자전거', '자장가','비눗방울', '참새' 등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주민들은 그를 기념하기 위해 중앙공원에 노래비를 세웠고, 범박동에는 그의 이름을 딴 일신초등학교와 일신중학교가 건립됐다.
 월남전 참상을 그린 ‘하얀전쟁’의 작가 안정효도 어린 시절을 부천에서 보냈다. 하얀 전쟁의 배경 무대로 부천의 지명인 소사와 소래산, 초등학교가 등장한다.
부천 문학을 이야기 할 때 세계적 인물인 펄벅을 빼놓을 수 없다. 소설 ‘대지’로 노벨상을 받은 펄벅여사는 부천에서 1960년대 중반 ‘소사희망원’을 세워 전쟁 고아나 혼혈아들과 함께 했다. 소사구에 펄벅기념관이 있어 펄벅의 박애 정신과 문학을 접할 수 있다. 시는 이곳에 펄벅기념관을 세우고 매년 펄벅문학축제를 열어 그를 기린다.
 올해초 완공된 심곡천 곳곳에는 문학인의 이름을 딴 다리들이 있다. 부천에는 책을 쉽게 읽을 수 있는 도서관이 넘쳐난다. 150여개의 크고 작은 도서관이 곳곳에서 시민들이 언제든지 원할때면 책을 접할 수 있다. 장서가 100만권이 넘는다.

◆18일 부천시청 앞에서 축하 기념식과 북페스티벌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유네스코는 현지시각 지난달 31일 본부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부천시가 2017년 창의 도시 네트워크에 가입했다고 발표했다. 부천시는 세계에서 21번째로 유네스코 문학 창의 도시 네트워크 멤버로 이름을 올려 영국 에든버러, 아일랜드 더블린, 체코 프라하 등과 함께 세계적인 문학 도시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유네스코 창의 도시 네트워크는 각국 도시 간 연대와 협력을 통해 경제·사회·문화적 발전을 장려하는 국제 네트워크다.
유네스코는 2004년부터 세계 각국 도시를 심사해 문학, 디자인, 영화, 미디어아트, 음식, 공예, 음악 등 7개 분야의 창의 도시로 지정하고 있다.
 부천시는 지난해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국내 승인을 통과했고, 올해 6월 유네스코 본부에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신청서에는 변영로, 목일신, 양귀자, 펄벅, 정지용 등 부천에서 활약한 문학가들의 기념사업과 문학단체 활동 등을 담았다.
 문학 분야의 역사적 유산, 풍부한 문화콘텐츠, 도서관 인프라 등을 인정받아 동아시아에서 문학 분야의 창의 도시로 지정받기는 부천시가 처음이다. 현재 유네스코 창의 도시 네트워크에는 총 72개국 180개 도시가 가입돼 있다. 부천시는 18일 오전 부천시청 어울마당에서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 네트워크 가입을 축하하는 기념식과 북페스티벌을 개최했다.

◆만화 음악 영화 등 다양한 문화가 넘쳐나
부천은 문학 이외에도 만화 영화 음악에서 전국 최고의 수준을 자랑한다.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는 국내는 물론 세계가 매년 주목하는 영화제이다. 올해 아시아에서 최초로 영화상을 수상했다. 매년 판타스틱영화제에는 한국을 물론이고 미국 중국 일본 인도 프랑스 등에서 수백여편이 작품이 출품돼 상영된다. 영화제 기간중에는 국내 유명 배우가 총출동한다. 일반 영화제와 달리 공포와 스릴, SF물 등 판타스틱 요소를 갖추고 있어 판타스틱영화제 매니아들이 많다.
한국의 대표적 오케스트라의 하나인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1988년 창단됐다. 실력있는 지휘자와 함께 탄탄한 연주실력과 폭넓은 레퍼토리로 국내 뿐 아니라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실력을 갖추었다. 브람스와 베토벤 교향 전곡을 연주했으며 한때는 말러 교향곡 전곡을 연주해 음악계와 언론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매년 12월 31일이면 신년음악회를 열어 시민들과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부천은 만화의 메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만화의 도시다. 매년 열리는 국제만화축제에는 내로라하는 유명 만화인들이 총출동한다. 이현세 허영만 박재동 이두호 등 국내 만화가는 물론이고 외국 유명 만화가들도 함께 한다. 부천시 원미구 상동에는 만화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만화영상진흥원과 만화박물관이 있다. 100년이 넘는 한국 만화역사를 보여주는 전시관이 있으며 1970년대 만화방을 보여주는 추억의 공간도 있다. 젊은 만화가 수십명이 만화진흥원의 도움을 받아 만화 창작물을 쏟아내고 있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