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둥이 시인 한하운시비(詩碑), 부평구 백운공원에 건립
문둥이 시인 한하운시비(詩碑), 부평구 백운공원에 건립
  • 시니어오늘 기자
  • 승인 2017.12.23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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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서 25년… 한센인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 인근에 살던 집

 

부평구 백운공원에서 세워진 한하운 시비와 제막식 참석자들.

부평역사박물관(관장 정진철)은 지난 14일 오후 부평구 십정동 백운공원에서 인천지역 문화예술인과 지역 시의원, 시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하운 시비 제막식’을 가졌다.
이날 임남재 한하운 재조명사업 운영위원장(전 부평문화원장)은 기념사를 통해 “한하운 시인이 부평에 처음 터를 잡은 것이 1949년 겨울로 그 때는 지금보다 훨씬 추웠을 것”이라며 “이번 시비 건립을 계기로 한센인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한 시인의 작품세계가 잊히지 않도록 지역 문화 예술인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홍미영 부평구청장은 축사에서 “제가 2016년 초 한 신문에 기고를 통해 한하운 시비 건립을 제안한 후 시민들의 공감을 얻게 돼 ‘인천시 가치재창조 선도 사업’에 선정되면서 2년 만에 결실을 맺게 됐다”고 밝혔다.
 홍 구청장은 “한하운 시비 건립이 그동안 주변의 오해로 더욱 고단한 삶을 살았던 한센인들에게 치유와 위안의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홍 구청장은 “부평 한 복판에 노동자 시인 박영근, 나병 시인 한하운 시비를 건립한 것을 바탕으로 앞으로 문화가 살아 있는 인천 만들기에 더욱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윤식 전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가 한하운의 시 ‘파랑새’와 ‘보리피리’를 낭송,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이번에 설치된 한하운 시비엔 그의 대표작 ‘보리피리’가 새겨져 있다. 지난 8월 부평공원에 세워진 강제징용노동자상을 작업한 이원석 작가가 디자인을 했다.
 이 작가는 “한하운 시인이 겪었던 삶의 고통과 이루고자 했던 이상향의 세계, 또한 그가 끊임없이 갈구했던 문학적 갈증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시비에는 한하운의 또 다른 명작인 ‘파랑새’를 상징하는 새 한 마리도 조각돼 있다. 함경남도 함주에서 태어난 한하운 시인은 이리농림학교 재학 중인 17세 때 나병 확진을 받았으며, 1949년 부평에 정착해 한센인 권익운동과 교육 사업을 벌였다. 대표 작품으로 ‘한하운시초’, ‘보리피리’와 자서전 ‘고고한 생명-나의 슬픈 반생기’ 등이 있다. 1975년 2월 28일 십정동 자택에서 간경화증으로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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