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맺히게 그 누가 울어울어”… 배호는 살아있다.
“피~가 맺히게 그 누가 울어울어”… 배호는 살아있다.
  • 이두 기자
  • 승인 2015.12.03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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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0세대 노래방 대표 애창곡... "우리 마음 대변"

 

인천 연안부두에 있는 배호기념비.

12월 2일 오후7시 환갑을 앞둔 남성 8명이 인천 먹자골목인 관교동에 모였다. 송년회겸 기업체 임원인 한 친구의 승진을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1차로 저녁식사를 하며 반주를 곁들였다. 부사장이 된 친구에게 그 나이에 직장 생활을 하는 것도 쉽지않은데 승진까지 했다며 너나없이 부러운 시선을 보냈다. 2차로 노래방을 갔다. 한 친구가 배호를 흉내내겠다며 목소리를 묵직하게 깔며 ‘누가 울어’를 불렀다.

‘소리없이 흘러내리는 눈물같은 이슬비/ 누가울어 이 한밤 잊었던 추억인가/ 멀리 가버린 내사랑은 돌아올 길 없는데/ 피가 맺히게 그 누가 울어 울어/ 검은 눈을 적시나’

 노래가 끝나갈 무렵 다른 친구가 노래책을 뒤적이며 일어서더니 ‘돌아가는 삼각지’를 지정했다. 누가 뭐랄 것도 없이 모두 함께 일어났다. '삼각지 로터리에 궂은 비는 오는 데/ 잃어버린 그 사람을 아쉬워하며…’

 갑자기 노래방이 배호 헌정 무대가 되어버렸다. ‘안개낀 장충단 공원’ ‘안개속으로 가버린 사랑’ ‘비내리는 명동’을 잇달아 합창을 했다. 몇몇 친구는 ‘마지막 잎새’‘영시의 이별’을 이어서 불렀다.

 5070세대에겐 배호는 아직도 인기가수다. 배호의 노래를 들으며 청소년기를 보낸 이들에겐 특히 그렇다. 김현철(59)씨는 “나이를 먹을수록 배호 노래를 부르게 된다”며 “어릴 때는 몰랐는 데 그의 노래에는 인생철학이 있고 우리 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같다”고 말했다.
 동년배인 최인철(73)씨는 “어떻게 그렇에 어린 나이에 중장년 인생을 담은 노래를 부를 수 있었는 지 모르겠다”며 “자신의 삶이 얼마남지 않은 것을 알았는 지 노래 전체에 우울이 담겨있는 것같다”고 말했다.
 김인숙(64) 씨는 “어렴풋이 기억나는 데 바바리를 입고 우수에 젖어있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말끔한 신사 이미지가 강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배호 노래는 시간이 지나면서 아래세대에 전파되고 있다. 아버지와 삼촌이 즐겨부르던 노래를 30~40대가 이어받고 있다. 40대인 김수철씨는 “생전에 장인이 술 한잔 드시면 배호 흉내를 내기 위해 안경을 쓰며 ‘안개낀 장충단 공원’을 흥얼거리시며 애창했다”며 “이제는 어느덧 나도 배호 노래를 부른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노래방을 하는 한 업주는 “배호 노래는 중장년세대의 남성들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같아 5070세대가 꾸준히 선곡한다”고 했다

오래전부터 배호를 기념하는 전국 모임이 만들어져 각 지역은 물론 전국적으로 매년 행사가 열린다. 미국 중국 일본 등에서 팬클럽이 있다. 지난 10월에도 인천에서는 배호가요제가 펼쳐졌다.배호는 ‘비내리는 인천항 부두’ ‘연평도’ 등 인천과 관련된 노래도 불렀다. 2011년 인천 연안부두에 노래비가 세워졌다. 한때 부평 미군부대에서 드럼을 배운 것으로 알려졌다. 노래비는 삼각지로터리가 있는 서울 용산구를 비롯해 경기도 양주, 경북 경주, 강원 강릉 등 전국 수십여곳에 있다. 삼각지로터리 인근에는 배호길이 있다.
 한편 KBS ‘불후의 명곡’은 지난 10월 29일 고(故) 배호 특집을 방영했다. 배기성 호란 테이 벨벳 등이 출연해 배호가 남긴 불후의 명곡들을 시청자에게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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