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동부 이촌동에서 사는 50대 한 주부는 아침이면 아파트 단지의 재활용 분리 수거함을 뒤진다. 쓸만한 물건을 찾는 게 아니라 분리 수거가 안된 재활용품이나 쓰레기를 다시 분리하기 위함이다. 그의 촉은 날카롭다. 어디에 뭐가 들어있을지 감이 온다.
그는 이웃 주민이 버린 박스와 종이류부터 플라스틱, 스티로폼까지 꼼꼼히 뒤져 일단 모조리 펼쳐놓는다. 박스에는 온갖 쓰레기가 들어있다. 종이는 물론이고 각종 영수증, 페트병, 휴지, 심지어 생리대도 눈에 띈다. 플라스틱에는 온갖 잡탕이 섞여있다. 비닐봉투, 반찬통, 페트병에 쓰레기도 담겨있다. 비닐류가 제일 가관이다. 까만 봉지에는 불결한 휴지 더미와 찢어진 종이가 가득하다. 조그마한 까만 봉지에는 개똥이 들어있다.
주부는 말한다. “여기는 아파트값만 13억~14억원을 호가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5000원짜리 쓰레기 봉투가 아까워 이렇게 쓰레기를 함부로 버려 이 지경까지 왔는지 안타깝습니다. 양심에 호소하지만 제대로 고쳐지지 않아 제가 직접 분리 수거를 합니다. 혼자 왠 난리냐고 그러는 분도 있을지 모르지만 공동주택단지에서 함께 생활하려면 이같은 잘못된 행태는 고쳐져야 합니다.”

그는 외제차를 몇 대씩이나 가지고 있으면서도 주차선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이웃에 피해를 주는 주민도 있다고 했다. 추가 주차비를 내지 않으면서도 여러 곳의 주차장을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착한 이웃 캠페인’이라도 벌여 함께 사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아파트 현관에 안내문을 써 붙였다.
‘재활용에 일반 쓰레기를 버리시면 안 됩니다.
음식물쓰레기를 비닐째 한꺼번에 넣지 마세요.
음식물을 버리고 나서 비닐만 따로 넣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