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문화도시를 외치는 김포시는 남북평화의 상징인 애기봉(愛妓峯)에 평화생태공원을 조성 중이다. 최근에 행정안전부로부터 2019년도 접경지 특수사업으로 선정돼 국비 지원을 받게 됐다.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은 2019년 9월 준공 예정이다. 269억원(국비 170억원)의 예산을 들여 북한이 마주 보이는 조강리 일대 9500㎡에 전망대(2200㎡) 평화생태전시관(4400㎡) 전망대 오름길, 주차장 등을 조성한다.
◆김포의 땅 끝 애기봉
김포반도의 끝에 자리잡은 애기봉은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서해로 흘러들어가는 곳에 솟아 있는 높이 155m의 작은 봉우리다. 애기봉 정상에 올라서면 폭 1.5㎞의 물길 건너편으로 손에 닿을 듯 북한 개풍군의 전경이 펼쳐진다.
애기봉은 민간인 통제구역으로 한국전쟁 당시 남북이 서로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는 154고지이다. 휴전협정 체결 이듬해인 1954년 이곳의 소나무를 이용해 성탄 트리를 만들었으며 1971년 높이 30m 등탑을 설치했다. 매년 연말이면 성탄 트리가 점등됐고 이 때문에 애기봉은 북한 동포를 향한 자유와 평화의 발신지이자 우리 국민의 안보 의식의 상징이 됐다. 애기봉 등탑 점등은 앞서 2004년 6월 군사분계선(MDL) 지역에서 선전활동을 중지하고 선전 수단을 모두 제거키로 한 제2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합의에 따라 중단됐다. 그러나 2010년 12월 21일 오후 5시 45분 높이 30m의 등탑의 불을 7년 만에 다시 밝혀졌다. 이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공격에 따라 대북 심리전 차원에서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신청한 애기봉 등탑 점등을 허용함에 따른 것이다.
애기봉은 병자호란 때 평양감사와 애첩인 애기(愛妓)와의 슬픈 사랑의 일화가 서린 곳이다. 애기봉이란 이름은 병자호란 때 끌려간 평양감사를 산봉우리 꼭대기에서 그리다 죽은 기생 애기의 한이 서려있다고 해서 붙여졌다. 1968년 애기봉을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이 애기의 한과 가족과 고향을 잃은 실향민의 한이 같다고 하여 ‘애기봉’이라는 친필 휘호를 내렸다.
◆조강, 한강하구의 역사를 한눈에*
애기봉 아래 김포시와 개풍군을 가르는 물길은 오래전부터 ‘할아버지 강’이란 뜻으로 조강(祖江)이라고 불렸다. 태백산에서부터 500여㎞를 흘러온 한강이 이곳에서 바다를 만나 나이가 든다는 의미다. 한강, 임진강, 예성강의 물줄기가 만나서 조강을 거쳐 서해 바다로 나간다.
지난 2007년 월곶면 조강리 산 1번지 일원 49,500㎡에 이르는 지역은 ‘애기봉 평화공원’으로, 조강리 21번지 일원 52,500㎡에 이르는 강변 지역은 ‘조강 물길 이야기 공원’으로 각각 명명됐다. 한해 20만명이 넘는 실향민들이 북녘 땅이 한눈에 들어오는 이곳을 찾는다. 애기봉에서 바라보는 조강은 어느 강 못지않게 평화롭다. 북녘땅을 휘돌아 나오는 임진강과 멀리 예성강, 한강이 합쳐져 조강을 이루고 조강의 물결이 서해 바다로 빠져 나간다.
조강은 예로부터 서해뱃길과 한양, 개성을 잇는 한반도 수운교통의 요지였으며 조강나루는 조강의 물참을 기다리며 수많은 상인들이 장사진을 이루던 뱃사람들의 쉼터이자 놀이터였다. 옛말에 “통진은 조강이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교역이 활성했던 곳이다.
군사적 대치상황으로 잊혀져가고 있지만 과거 고려당대 시인 이규보의 시와 토정 이지함의 노래 등 조강과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이 전해져 내려오는 조강나루터 이야기를 되살려 테마가 있는 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공원화 사업이 완료되는 2019년에는 뱃길역사관, 조강나루 스토리벽 등 전시·교육 시설과 테마주막, 생태관찰로, 황포돛배 나루터 등 체험·휴식 시설 등을 갖추게 된다.
김포시는 애기봉과 조강일대가 고성, 철원, 파주 등 국내 기존 안보관광지와 차별화된 조형과 역사성, 예술성을 살린 국내 최대 규모의 평화공원으로의 탈바꿈을 기대하고 있다.

◆평화문화도시로 거듭나는 김포
김포시는 1990년부터 한강하구에서 몇 차례 민간 선박이 항행한 바 있으며, 1997년 1월에는 한강하구 유도 섬에서 홍수에 떠내려 온 북한소를 구출하여 ‘평화의 소’라 명명하고 제주도 출신 암소와 짝을 이루어 2세(평화통일의 소)를 탄생시키면서 통일의 염원을 이어 나갔다.
이렇듯 김포시는 한강하구를 북한과 공유하고 있는 지리적 특성으로 평화통일을 준비하는 거점도시로서 평화의 정의를 전쟁이 없는 평온한 상태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시민이 일상생활 속에서 신뢰와 화합, 협력을 통해 개인과 집단, 사회, 경제, 문화적 갈등과 분쟁을 해소하여 행복하고 평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도시를 만들고자 주력하고 있다.
분단의 역사적인 배경과 특수성을 살려 애기봉 일대를 더욱 상징적으로 만들고자 2017년 11월 ‘애기봉 평화생태공원 조성’ 사업이 첫 삽을 뜨게 됐으며 전망대, 교육관, 전시관, 평화광장 등이 새롭게 들어설 예정이다.
한국전쟁 참전용사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DMZ의 녹슨 철조망과 참전용사의 탄피, 애기봉 점등탑의 일부를 녹여 ‘평화의 종’을 만들어 설치함으로써 애기봉은 명실공히 한반도 제일의 평화안보 관광지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평화생태공원에 김소월문학관 들어서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에는 ‘진달래꽃’ 시인 김소월 문학관이 들어선다. 김포시는 지난 3월 김소월 작품 소장자인 구자룡 시인과 문학계 인사 등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협약식을 맺었다. 구자룡 시인은 1600점 이상의 김소월 관련 자료를 보관하고 있으며, 협약에는 문학관 조성을 위한 상호협력이 담겼다. 김소월 시인은 1902년 평안북도 구성에서 출생, 1934년 서른두 해의 짧은 생을 마감한 한국 현대 서정시의 대명사이다. 민족시인으로도 불리며 1981년 대한민국 예술분야 최고의 영예인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됐다. 서울 남산에 시비가 있고, 종로구의 초판본 시집 출판사 주소지에 ‘시인 김소월 옛집’ 현판이 설치되어 있지만 문학관은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