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3000명 1980년대 추억여행…“우린 행복해”
중장년 3000명 1980년대 추억여행…“우린 행복해”
  • 이두 기자
  • 승인 2015.12.13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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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90가요쇼, 박남정 김완선 김종서 원미연등과 함께 춤노래 즐겨

 

중년 4000여명이 춤과 노래로 모처럼 추억여행을 즐겼다.

어느새 그들도 나이를 먹었다. 항상 어려보이고 평생 앳돼 보일것같았던 가수들이 어느새 중년의 모습으로 무대에 섰다. 귀에 익숙한 추억의 노래와 춤을 선사했다. 아이돌같은 20대의 풋풋함과 긴장감, 스피드는 사라졌다. 대신 여유와 능글맞음, 관객과의 호흡, 현실감각을 무대에 풀어놓았다. 25년 넘은 시간이 흘렀지만 관객과 가수들은 서로를 알아봤다. 그 동안 어떻게 살고 어떤 일들이 있었는 지. 서로 열심히 살아왔고 지금은 다시 그들끼리 삶의 시간을 확인하고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소리쳤다.

12월 12일 경기 부천 실내체육관에서는 4050세대들에게 추억 여행을 선사한 송년공연이 펼쳐졌다. 이름하여 ‘8090가요베스트쇼’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를 주름잡았던 가수 6명이 출연했다. 현진영 김완선 박남정 원미연 김종서 신효범이다.

40대중반의 김완선. 몸매는 여전히 20대다.

공연장에는 3000명이 넘는 중장년이 찾았다. 아줌마부대가 많았다. 40대 중후반 여성들은 친구나 지인들끼리 삼삼오오로 공연장을 찾았다. 중장년 부부들도 눈에 띄었다. 공연 분위기를 북돋는데 야광등이 빠질 수 없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조명도 연출거리다. 관객들의 무거울 것 같은 엉덩이는 예상과 달리 노래 몇 곡에 존재감을 상실했다. 너도나도 일어섰다. 마치 친한 친구인것처럼 격한 리액션을 보내기도 했다.

 뜨거운 남자로 25년째 꽃미남 행세를 하는 박세민이 능글능글한 어투로 사회를 봤다. 둥글둥글해진 현진영의 몸매에서 그의 절도있는 춤은 이제 다시 보기 힘들어졌다. 김완선은 역시 섹시댄서였다. 겉모습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몸놀림이나 손동작은 여전했다. 여리여리하지만 파워풀한 춤동작. 어릴적 이모의 인형처럼 활동했다는 그녀, 이제는 그녀의 삶에서 여유가 느껴져 오히려 푸근하고 행복해 보인다. 박남정이 이번 공연의 좌장이었다. 그가 제작자로 참여했다니. 제2의 인생을 힘차게 시작한다. 입담도 세졌다. 먹고사는 것 쉽지않다고 멘트를 날리더니 노래부르며 돈도 받는 자기는 축복을 받았다며 반전을 꾀한다. 마이클잭슨의 문워크가 이어지자 객석에서 “박남정 살아있다” “사랑해요 박남정”이 쏟아졌다.

제작자로 참여한 박남정.

발라드의 원미연, 김종서, 신효범의 노래가 이어졌다. 모두 라이브 황제들답게 가창력은 끝내준다. 무대위의 카리스마였던 신효범도 말이 많아졌다. 레슬링선수보다 훨씬 날씬하다며 셀프디스를 하더니 무대위에서 노래하다 쓰러지는 것이 바람이라고 했다.

공연은 세시간 넘게 이어졌다. 공연장을 빠져나오던 최민지(48)씨는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서 김완선의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를 부르며 김완선의 동작을 그대로 따라해 보겠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친구들이 “그건 당신만의 희망사항일뿐”이라며 힐문성 멘트를 날렸다.

 

공연장에 걸려있는 안내 포스터가 눈길을 잡는다.

‘봄의 새싹에 설레고/여름의 태양보다 더 뜨거운/

붉게 물든 가을 단풍보다 더 아름다웠던 8090‘

 

1980년대와 1990년대 청춘들은 한동안 이날을 잊지못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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