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00세 시인이 들려주는 인생의 비결
일본 100세 시인이 들려주는 인생의 비결
  • 김현주 기자
  • 승인 2015.12.20 2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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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 미치오 "부부끼린 빈말이라도 당신 생각만"... 시바타 토요는 98세 첫 시집

 

시인 마도 미치오./NHK출판사 제공

   일본 마도 미치오(まど・みちお:본명 이시다 미치오, 1909~2014) 시인은 야마구치현 출신으로 다수의 시집을 냈고 일본인으로는 처음으로 국제 안데르센상 작가상을 수상하였다. 창작의욕의 원천은 정치, 전쟁 등에 대한 불만이라고 한다. 그의 대표시 코끼리(ぞうさん), 염소 우체부(やぎさんのゆうびん)는 국민대표동요이기도 하다.

<동요 코끼리>
코끼리/코끼리/ 코가 기네요/ 그래요/ 엄마도 길어요//
코끼리/코끼리/ 누굴 좋아해요/ 그건/ 엄마가 좋아요//

 

마도 미치오 시집.

  그의 ‘백세일기’ 중 부부원만의 비결에 대하여, “다른 사람에게 정이 가는 눈치를 절대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만약 들켰을 때는 “오늘은 피곤하지만 네 생각을 하면 마음이 놓이네”라든지 어수룩한 엄살이라도 떨라고 한다.
 '어이없는 부부’란 시는 60줄 넘어 건망증이 심해지는 분들에게는 고개가 끄덕여지는 훈훈한 정경일 것이다..

91세 치매 할아버지 나와
84세 치매 할머니 마누라와 요즘
매일 경쟁하며 엉뚱한 대화를 하고 있다.
내가 한쪽 발에 양말 두 개를 신은 채
또 한쪽발의 양말이 보이지 않는다고 난리를 치면
그녀는 쌀도 넣지 않는 밥솥에
스위치를 켜고 “밥 드세요”라며 나를 부른다.
덕분에 삭막한 노부부 생활에
웃음이 끊이지 않으니 이거야말로 하늘의 은혜라고
우쭐대며 둘은 깔깔거리네
내일은 또 어떤 신기한 엉뚱함의
은혜를 받을꼬 가슴을 쫙 펼친다.
뻔뻔하게도 하늘까지 우러러보며...

 

시바타 토요. /飛鳥新書출판사 제공)

   마도 미치오가 20대부터 시작(詩作)을 한 반면 시바타 토요(柴田トヨ, 1911~2013)시인은 토치기현출신의 평범한 주부로 92세에 시를 쓰기 시작하여 98세에 아들의 권유로 자비출판하였다. 2012년 ‘좌절하지 마세요’란 시집이 160만부 판매되는 등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좌절하지 마세요 くじけないで
불행하다고 ねえ 不幸(ふこう)だ なんて
한숨짓지 마세요 溜息(ためいき)を つかないで
햇볕과 산들바람은 陽射(ひざ)しや そよ風(かぜ)は
편애하지 않아요 えこひいき しない

꿈은 夢(ゆめ)は
평등하게 꿀 수 있잖아요 平等(びょうどう)に 見(み)られるのよ
저 私(わたし) 
괴로운 일 辛(つら)い ことが
있었지만 あった けれど
지금까지 살아서 다행 生(い)きて いて よかった
당신도 좌절하지 말고… あなたも 挫(くじ)けずに

 

  ※‘김현주의 일본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일본의 고령사회와 노인 생활상을 현실감있게 들려줄 것입니다. 김현주님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일어과 졸업후 일본에서 유학했습니다. 한일저작권법비교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일본사회와 법’ ‘법률 일본어’ 등 일본 관련 책을 다수 냈고 현재 서강대에서 강의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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