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 한달 김영삼, 박정희·김대중을 만나다
서거 한달 김영삼, 박정희·김대중을 만나다
  • 이두 기자
  • 승인 2015.12.2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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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서 가상토론… 세사람 묘 거리 불과 500여m

 

대통령에 당선된 뒤 기뻐하는 김영삼.

 김영삼 전대통령이 서거한 지 한달이 지났다. 2015년 11월 21일 88세의 나이로 서거한 김영삼 전대통령의 국가장은 11월 26일 치러졌다. 국회에서 장례의식을 치른 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묻혔다. 김 전대통령의 묘는 김대중 전대통령 묘와 300m, 박정희 전대통령과는 500여m 거리다. 살아서 수십년간 애증 관계였던 세 사람은 세상을 떠나서도 한 울타리에서 만났다. 생전의 업적과 만남, 대립 등을 가상 토론 형식으로 꾸몄다.

 박정희(이하 박): 아이고 이게 누구야. 나를 그토록 괴롭히던 YS 아닌가. 아무튼 반갑네. 그래 아래세상은 어떤가
김영삼(이하 YS):안그래도 당신 딸 때문에 종종 당신이 떠올랐소. 아버질 닮아서 그런지 딸이 독재적인 성격이 강해요. 자기만 원칙주의자고 자기말만 진실이라니. 국정교과서 추진에 시위 강경진압까지. 아버지 행태를 그대로 따라하고 있소. 내가 예전에 말했던 칠푼이가 맞는 것 같소. 뭔 고집이 그리센지.
박:말하는 모양새 좀 보소. 직격탄 날리는 건 하나도 안 변했구먼. 그나마 내가 반강제로 나라를 이끌었으니 대한민국이 잘 사는 것 아니오. 내 딸이 특별히 잘못하는 게 뭐가 있소. 나라면 지금 검인정교과서를 만드는 친구들은 모조리 잡아다 주리를 틀었을텐데.
YS:허허, 아직도 반성을 안하시네. 당신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옥에 가고 아직도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지않소. 왜 그때 나를 제명했소. 자기 명줄 자기가 재촉한다는 생각은 안해봤소. (1979년 박정희의 민주공화당은 정권반대 강경투쟁을 내세우는 김영삼 신민당총재를 국회의원직에서 제명시킨다. 몇 달후 10.26이 터져 박대통령이 서거한다)
박:난 미국 몰래 핵무기를 만들어 국방자주화가 되면 바로 물러나려고 했다고. 국민들이 그 새를 못참은 거지. 카터가 핵무기를 개발하지 못하도록 인권을 빌미로 나를 그토록 압박하지 않았나. 전두환이가 자신이 권력을 잡는 대신 핵무기를 포기하겠다고 미국과 딜을 한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지 않은가.
김대중(이하 DJ):“어이 친구, 자네는 내가 보이지도 않는가. 40년간 애증을 나눴으니 우린 웬만한 부부보다 더한 사이가 아닌가. 뭐 좋은데라고 여기까지 찾아왔나.”
YS:반갑네 DJ, 당신이 가고나니 시원섭섭하더구먼. 말싸움 상대라도 있어야 하는 데. 당신만큼 펀치있는 강력한 파트너가 없더라구. 지금 정치인들은 우리만큼 강력한 리더십이 없어. 다들 도토리 키재기를 하다가 어느날 불쑥 나와 자기가 대통령감이라는데 눈에 차질 않아.
DJ:내가 눈 감기전 당신이 나와 화해했다고 말했다는 데 그 말 믿어도 되는 건가. 살아있을 땐 자네완 한번도 화해를 한적이 없어서 말이야. 노무현 대통령 장례식때도 얼굴을 돌렸던 것이 생각나네.
YS:에이 씰데없는 소리. 자네야 말로 이제 내 뒤통수 좀 치지말게. 합의를 깼던 적이 어디 한두번이야 말이지. 지난 87년 대선때도 당신이 조금만 양보했으면 우리나라 민주화가 조금 더 앞당겨졌을 텐데 말이야. 정치 하수들인 전두환과 노태우에 완전히 놀아난거지. (1987년 김영삼과 김대중은 대통령 후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해 노태우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DJ:그 점은 후회하네. 어쨌든 자넨 3당 야합으로 대통령이 되었잖나. 나는 자네가 텅텅 빈 나라곳간을 물려줘 개고생 했네. 아니 IMF는 왜 당선되지도 않은 나한데 서약서를 들이밀며 서명하라고 강요하는거야. 그래도 금모으기 등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덕분에 나라가 빨리 안정된거야. 지금도 세계 여러나라가 그 당시의 한국을 부러워하잖나. (1997년 IMF는 이회창 김대중 후보에게 IMF와 약속을 지킬 것을 문서로 요구했다)
YS:3당야합이라니 구국의 결단이었지. 안 그랬으면 계속 군부쪽에서 정권을 잡으려 했을 걸. 내가 최초로 문민정권을 탄생시킨거라구. 하나회 신속제거, 금융실명제 실시,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 부정부패 척결 등 당신보다 한 일이 내가 더 많아 왜 이래. 사실 경제는 내가 잘몰라요. 아시아에 외환위기가 불어닥치길래 경제관료들에게 물어봤지. 그랬더니 우리나라는 끄덕 없다는 거야. 그래서 곳간이 비는 줄 모르고 오히려 외국에 달러를 빌려주기도 했지. 참 어리석었지. 어찌됐든 지금 내 업적을 재조명해야된다고 아랫세상이 난리잖아.
박:자랑거리는 내가 더 많지. 지금 대한민국 터전을 누가 만든 건지는 잘 알텐데. 그렇게 반대하던 경부고속도건설을 비롯해 울산산업단지, 포항제철, 인천마산수출공업단지 조성 등 우리나라 기반은 다 내가 만들어 놓은거야. 물론 약간의 희생은 따랐지만. 아시아 아프리카 여러 국가들이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배우자고 난리잖아
YS:지금 이 나라는 ‘헬조선’이라며 젊은이 노인 할 것없이 모두가 힘들다고 난리네. 정치권이 이 난국을 헤쳐나가야 할텐데 앞이 안보여 걱정이네.
박:다시 바지끈을 질끈 매는 수밖에. 민주주의가 좋긴 한데 너무 비용이 많이 들어. 일정한 통제가 필요한 한국적 민주주의 좋잖아. 그러면 예산 낭비도 줄이고 국력도 한 곳으로 모을 수 있고.
DJ:지금 해결책은 통일뿐이라네. 남북이 하나가 되면 한국은 세계적인 강대국이 될 걸세. 내 햇볕정책을 그렇게 반대하더니. 아무튼 내 옆으로 온 것 축하하네. 자네와 내가 있는 곳이 봉황의 날개에 해당된다고 하네. 우리 힘차게 날아 국민들에게 희망을 선사해보세.
YS:징글징글한 사람들을 여기서 또 만나다니. 이걸 무슨 인연이라고 해야 하나,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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