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새해는…‘번영 상징’ 문앞에 새끼줄·대나무 풍속
일본 새해는…‘번영 상징’ 문앞에 새끼줄·대나무 풍속
  • 김현주 기자
  • 승인 2016.01.01 0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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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연하엽서 주고받아…백화점엔 원숭이 장식품 즐비

 

일본 백화점에 진열되어 있는 원숭이 장식품들.

  일본의 관공서, 학교는 12월 29일부터 1월3일까지 쉰다. 연말이면 회사나 가정이나 대청소에 들어가는데 정월 신(神)을 맞이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는 의미이다.
  12월 마지막 날인 섣달 그믐날을 大晦日(おおみそか)라고 하는데 이날은 온 가족이 모여 NHK가요홍백전을 보면서 해를 넘기는 국수 年越(としこ)しそば를 먹는다. 국수는 가늘고 길기 때문에 장수를 뜻하기도 하고 지난해의 고생이나 빚을 끊어버리는 설도 있는데 에도시대에 정착되었다고 한다. 절에서는 번뇌를 없애기 위해 108번 제야의 종을 치며 늦은 저녁부터 신사(神社)에는 참배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백화점에는 원숭이 인형이 즐비하고 정월장식품이 가득 차있다. 우선 원숭이 猿(さる)의 단어를 요리조리 사용한 문구를 보자.
 ◌ 병이 지나가다 病(びょう)が去(さ)る
 ◌ 잡귀를 없애다 魔(ま)を祓(はら)いさる
 ◌ 하시다 なさる ~하옵니다 ござる
 ◌ 나쁜 것은 말하지 말고 いわざる 보지도 말고 みざる 듣지도 말라きかざる
 

일본의 신년 풍속도, 처마에 새끼줄과 흰종이를 매단다. 자손 번영을 기원하고 잡귀를 물리치는 신의 영역이다.

처마 밑에는 새끼줄을 꼬아 注連縄(しめなわ)를 다는데 등자열매, 지그재그로 붙인 하얀 종이와 나뭇잎을 장식하기도 한다. 귤같이 생긴 등자열매 橙(だいだい)는 ‘대대로’ 라는 발음이 같아서 자자손손 번영을 기원하는 것이며 하얀 종이는 잡귀를 물리치는 신의 영역을 뜻한다. 풀고사리(うらじろ)는 뒤쪽이 하얗기 때문에 청렴결백을 상징한다.
 문 앞에 세우는 門松(かどまつ)는 대나무, 소나무로 장식한다. 대나무는 절개를 뜻하고 소나무 松(まつ)는 ‘제사하다’ 祀(まつ)る와 관련이 있다. 또한 예로부터 중국에서도 소나무는 생명력, 불로장수, 번영을 상징했다.
 

일본의 다른 신년풍속도. 문앞에 대나무를 세운다. 절개를 뜻한다.

  남자들이 정월장식을 준비하는 동안 여자들은 음식장만에 여념이 없다. 한국에서는 정월에 제사음식을 만드느라 장손 집의 주부들이 고생하지만 일본은 직계가족만 모이고 제사를 지내는 가정은 없다. 요즘엔 정월음식인 お節(せち)요리를 백화점이나 슈퍼마켓에서 팔기도 하는데 대체로 집에서 장만한다.
  음식재료도 단어와 관련된 것이 많다. ‘기뻐하다’인 ‘よろこぶ’와 같은 다시마(こぶ), ‘부지런하다’인 ‘まめまめしい’의 콩(まめ), 숫자가 많듯이 자손번영을 뜻하는 청어알(かずのこ) 등이다.   설날 아침에는 온 가족이 모여 떡국 お雑煮(ぞうに)과 お節(せち)요리를 먹고 배달된 연하엽서를 돌려가며 읽어본다.
  인터넷이 발달하여 우표를 붙여서 연하장을 보내는 습관이 사라진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여전히 한 가구당 평균 300장 정도의 연하엽서를 보내고 받는다. 엽서에는 그 해의 십이지에 해당하는 동물을 그리고 인사말과 함께 인쇄하지만 역시 한 마디라도 직접 써야 정성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해서 밤새 펜으로 작성한다.
  연하엽서인 만큼 우체국에서는 아르바이트를 고용하여 1월 1일 아침 각 가정에 배달해준다. 연하엽서야말로 일본인의 인맥(つながり)을 확인시켜주는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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