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에서 만난 노인들…그들은 죽음만을 기다리는가
요양원에서 만난 노인들…그들은 죽음만을 기다리는가
  • 이두 기자
  • 승인 2016.03.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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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연장 결코 달갑지 않다”…시니어세대에게 ‘준비된 죽음’생각케 해

 

  지난주 인천 남동구의 한 요양원을 찾았다. 요양원 생활과 삶과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 들어보기 위해 할아버지 4명을 만났다. 박모(91세), 최모(83세), 장모(82세), 강모(68세)씨였다. 박씨는 노령으로, 최씨는 뇌출혈로 쓰러진 후 집에 혼자 남게 돼 요양원에 들어왔다. 장씨는 치매 초기, 강씨는 말기암이라고 요양원 관계자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네 사람은 천천히 걸어다닐 수는 있다. 길게 5년에서 짧게는 보름정도 요양원 생활을 했다. 이들은 모두 “오래 사는 것은 결코 달갑지 않다. 옛날 고려장이 이해가 간다”고 했다. 대화 내용을 옮긴다.

-요양원 생활은 어떠세요.
  장씨, 강씨: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못하는 것이 제일 불편해요. 3층을 올라가려고 해도 문을 잠가났으니 갈수가 있나. 옥상에 올라가 바람을 쐬려해도 할 수 없으니.
  요양원측은 어른신들이 돌아다니다 넘어지거나 쓰러지면 큰일이기에 일정시간 통제를 한다고 했다. 68세인 강씨는 너무 일찍 요양원 온거 아니냐고 묻자 요양원측은 강씨가 말기암이 잠시 호전돼 와 있는 거라면서 발병하면 다시 병원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름전에 오셨다는 박씨 할아버지는 괜찮으세요.
  박씨:집에 있을 때보다 기분 전환은 되는 것같아요. 여러 사람과 이야기도 하고 과일도 나눠먹고 해요. 집에 있을 땐 온종일 드러누워 천장만 쳐다보고 있었어요. 자식들이 집에 있으라고 했지만 내가 요양원 가겠다고 했어요.
-최씨 할아버지는 아직 건강해 보이는 데요.
  최씨:젊었을 때 운동을 해서 그런지 크게 불편한 건 없어요. 20년전 상처했어요. 2년전 뇌출혈로 쓰러졌어요. 자식들이 나를 혼자두기가 겁났는지 요양원에 보냈어요. 옛날 고려장 제도가 이해가 갑니다. 의술이 발달해 오래 살다보니 노인네들이 일을 안하고 밥만 축내고 있다는 생각만 들어요.
  치매 초기라는 장씨는 거의 말이 없었다. 대화하는 사람들을 쳐다보기만 했다. 박씨와 최씨는 자살하고 싶어도 용기가 없다고 했다. 자살하는 사람들은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요양원측은 어르신들을 위해 몸을 움직이고 생활에 활력을 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어르신들이 움직이길 싫어해 참석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요양원에는 할머니 20여명, 할아버지 10여명이 간호사와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10여명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대변과 소변을 받아내야 할 정도다. 치매가 심하게 온 할머니는 계속 소리를 질러댄다. 문을 연지 1년정도 밖에 안되서 그런지 비교적 깨끗했다. 요양원관계자는 안전은 기본이고 냄새제거와 청결에 신경쓴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오래된 요양원은 냄새와 ‘죽음의 그림자’가 먼저 방문자를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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