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년퇴직자의 ‘아메리카 일주 82일’(1)
어느 정년퇴직자의 ‘아메리카 일주 82일’(1)
  • 이두 기자
  • 승인 2025.02.10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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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퇴직 이상록씨 혼자 캐나다 미국 아르헨티나 등 15국 돌아
체력 중요… 번역기보다 인사말 직접 나눌 정도의 대화가 큰 도움
“세상 땅끝에서 나를 새롭게…가진 것 만족하고 모든 게 감사”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9천피트 상공에서 스카이점프.

 정년퇴직이다. 청춘을 바친 지긋지긋한 회사 생활 끝이다. 나 자신에게 뭘 선물할까. 세계 여행이다. 일단 두세달잡고 아메리카를 종횡으로 누빈다. 세상의 끝인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까지 가서 나를 다시 세팅한다. 생각만해도 통쾌했다. 마침내 지난해 82일간 북중남 아메리카를 누비면서 그 통쾌함을 짜릿하게 맛봤다. 지난해 7월 16일부터 10월 5일까지 캐나다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15개 나라를 8자형태의 코스로 여행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내 발앞에 새로운 미래가 열리는 듯했다.

 이상록씨는 지난해 정년퇴직했다. 대기업에서 회계와 광고업무를 36년 했다. 조기 명예퇴직과 구조조정이 상시화된 요즘 세상에서 정년퇴직은 나름 축복받은 인생이다. 그안에 어떤 우여곡절과 희비가 담겨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퇴직자들의 새로운 모델이 될수도 있는 당사자를 만나 여행 동기와 새롭고 알찬 인생 준비, 인생관 등을 들어봤다. 소개할 내용이 많아 2회로 나눠 싣는다.

83일간 8자 여행의 주요 코스.

-우선 아메리카를 일주하게 된 동기는
“정년퇴직으로 인생 2막을 마무리하고, 3막의 새로운 장을 세상의 땅끝 우수아이아에서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36년간 성실하게 직장생활을 해 온 나 스스로에 대한 포상휴가의 의미도 있습니다.”
-일주 일정과 코스는(지도 참조)
“7월 16일부터 10월 5일까지의 일정으로 아메리카 일주 여행을 저는 8자 프로젝트라 명명했습니다. 북미의 태평양 연안에서 시작해 캐나다를 횡단해 미국의 동부 대서양을 따라 내려가 중미를 거쳐 땅끝 우수아이아에 내려갑니다. 다시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을 거쳐 콜롬비아, 파나마를 지나 미 서부 LA까지의 여정이 8자를 닮았기에 그리 불렀습니다. 북아메리카 대륙의 서쪽 밴쿠버에서 출발하여 캐나다 로키를 거쳐, 토론토까지 캐나다를 횡단했습니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거쳐 미국으로 넘어가 보스톤, 뉴욕, 워싱턴을 지나 중서부 주를 종단하여 텍사스를 통해 멕시코로 내려갔습니다. 멕시코를 필두로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니카라구아, 코스타리카 등 중미를 종단했습니다. 코스타리카에서 페루 수도 리마로 넘어가 쿠스코와 마추픽추를 거쳐 볼리비아 라파스로 갔습니다.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을 보고, 다시 리마를 거쳐 칠레의 산티아고로 갔습니다. 산티아고에서 푸에르토 나탈레스로 내려갑니다. 파타고니아에서 토레스 델 파이네를 둘러보고 세상의 땅끝 우수아이아로 가서 비글해협의 유람선을 타고 에클레어 등대를 봤습니다. 우수아이아에서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거쳐 이구아수 폭포로 갔습니다. 이구아수에서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로 올라갔습니다. 다시 남미를 횡단하여 콜롬비아 보고타를 거쳐 중미의 파나마에 도착했습니다. 파나마시티에서 미국의 LA로 와서 며칠간 관광을 하고 귀국하여 82일간의 여행을 마쳤습니다.”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 위에서 데이투어 일행과 함께.

-왜 이 코스를 택했나
“언제부터인가 파타고니아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생겼습니다. 웅대한 설산과 빙하가 어우러진 자연경관에 끌렸습니다. 옷도 파타고니아 브랜드를 입는 지경이었습니다. 세상의 땅끝(End of the world)우수아이아에서 퇴직 후 새로운 시작(New beginning)의 첫 걸음을 떼고 싶었습니다. 파타고니아에서 비롯한 여행지가 계속 늘어나 아예 아메리카 대륙 전체를 둘러보는 여정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색다른 경험이나 기억에 남는 장면은
“우유니 사막에서 만나 데이투어를 했던 일본인 여성 유키를 엘 찰텐의 피츠로이 봉 오르는 길에 우연히 만난 것입니다. 아무 약속 없이도 그 넓은 남미대륙의 좁은 산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경이로웠습니다.”
-숙박 음식 교통이 힘들었을 텐데
“숙박은 호텔, 에어비엔비, 게스트하우스 등 다양하게 이용했습니다. 호텔보다 오히려 번잡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여러 나라 사람들과 어울렸던 순간이 즐거웠습니다. 저는 육식을 피하는 세미 베지테리언이지만 여행 중에는 닭고기와 소고기를 빼면 섭취할 게 없어서 먹었습니다. 드넓은 농장과 태평양, 대서양을 인접한 남미에서 채소와 해물이 부족한 식단이 아쉬웠습니다. 쿠스코에서 마추픽추를 가는 교통 편이 제일 어려웠는데, 미니버스, 택시, 기차 등 모든 교통수단을 활용한 게 어쩌면 더 재미있었습니다.”

-언어 소통에 어려움은 없었나
“캐나다와 미국에서는 영어를 쓰니 큰 불편이 없었습니다. 중미와 남미로 넘어가니 모두 스페인어를 사용해 소통에 애로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친절해서 어떻게든 소통을 하려 하니 통하더군요. 간단한 스페인어라도 공부해서 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계획과 어긋난 경우도 있었을 텐데
“비자가 없어 입국이 늦어지고, 버스가 끊기고, 심지어 비행기를 놓치기도 했습니다. 지나간 일과 내가 할 수 없는 것은 붙잡고 후회하기 보다 받아들이는 자세를 배웠습니다. 다시한번 이 코스를 여행한다면 스페인어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최소한 인사말은 익혀 간다면 현지인들이 더 마음을 열 것이며, 숫자 정도를 알고 간다면 먹고 자고 돌아다니는데 의사소통이 훨씬 편하겠다고 여겨집니다.”

콜롬비아 보고타 볼리바르광장의 보고타 성당 앞에서.

-여행 준비는 어떻게 했나?
“짬 날 때마다 여행할 나라를 찾아보고, 경험해 볼 만한 자연경관, 문화유산 등을 알아봤습니다. 제가 여행을 준비하는 것 중 가장 중요한 일은 체력을 키우는 것이었습니다. 또 하나는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체력과 언어가 몹시 중요합니다. 제가 다니면서 느껴본 거는, 무릎이 시리고 허리가 아프면 더 걷지 못한다는 것과 AI 번역기 돌리고 파파고 돌려서 의사소통하는 것보다 직접 한마디를 하는 게 훨씬 효과적인 의사소통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여행 끝나고 들었던 느낌은
“‘감사’라는 단어가 뇌리에 박혔습니다. 제가 가진 일상과 누리는 환경이 어디에 비추어봐도 감사할 만한 상태였습니다. 제가 가진 것에 만족하고 감사를 느끼게 한 점이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소득입니다. 계획했던 나라를 둘러보고 나이아가라, 우유니사막, 토레스델파이네, 페리토모레노빙하, 이구아수폭포 등 자연경관과 테우히우아칸 피라미드, 쿠스코, 마추픽추의 마야문명 등 인류문화유산을 둘러볼 수 있었던 점이 좋았습니다.”  <2편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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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 2025-02-11 00:37:57
재밌네요 2편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