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아뿌라. 나 더 이상 안받는다. 고마해라"
"원장님이 살살 해드리라고 해서..."
"됐다. 고마해라. 치료를 하는 것도 아니고 안하는 것도 아니고. 더 이상 안받을란다"
얼마전 서울 지역 한 병원의 물리치료실. 젊은 여성 물리치료사로부터 손마사지를 받던 한 할머니의 언성이 크게 높아졌다. 억양 강한 사투리를 쓰며 나이는 70대 후반으로 보였다. 이 할머니는 여성 물리치료사가 시원하게 자신의 아픈 부위를 풀어주지 못하기에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일순간 물리치료실의 분위기는 싸해졌다.
30여분이 지난 후 물리치료실 옆의 전기와 찜질 치료가 진행되는 치료실에서 그 할머니가 누워 치료를 받고 있었다. 팀장급으로 보이는 남자 치료사가 그 할머니에 전기 치료를 해주며 조용히 대화를 시작했다.
"할머니, 아까 손 물리치료 혹시 맘에 안드셨어요. 못마땅했거나 만족하지 못한 점을 저희에게 알려주시면 개선할게요"
"됐어요. 그만. 아까 일은 없던 걸로 합시다. 더 이상 말 안할라요"
"그래도 말씀해 주시면 다음부터라도 저희 치료사들이 환자들이 원하도록 할게요. 환자님 진단서에는 살살 하라는 원장님의 주문이 있었어요. 연세가 있으시니 너무 세게 하면 부러질지도 모른다고 해 조심조심 한다는 게..."
할머니는 억양을 다소 누그러뜨리며 답했다.
"고마 됐다. 아까 일은 진짜 없던 걸로, 없던 걸로.."
젊은 물리치료사는 어떻게든 할머니의 화를 풀어주려 애를 쓰며 계속 대화를 시도했다. 화가 많이 나있던 할머니의 기분은 그런대로 나아진 듯 보였다.
장년ㆍ노년층이 다양한 공간에서 젊은층을 많이 만나며 함께 부대끼며 사는 시대다. 전철이나 버스 옆자리, 결혼식장이나 공연장에서도 젊은이들과 마주치거나 옆에 앉게 된다. 카페나 편의점, 베이커리점의 점원은 대부분 젊은이들이다. 키오스크 앞뒤로 젊은이들이 있기라도 하면 공연히 마음이 바빠지고 불편해지기도 한다. 세대 갈등과 노인 혐오가 거세지는 이 시대다. 젊은이들과 슬기롭게 공존하며 살아갈 시니어들의 지혜가 절실한 시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