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뻐꾹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제/우리오빠 말타고 서울가시며/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동요 ‘오빠 생각’ : 최순애 동시·박태준 곡)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국민동요 ‘오빠 생각’의 주인공 최영주, 최순애 남매가 92년 만에 고향 수원으로 돌아온다.
수원시는 3월 23일까지 장안·권선·팔달·영통구청, 수원역환승센터, AK플라자 수원점 등에서 특별 순회전시회 ‘오래된 노래 속 낯선 이야기, 오빠 생각’을 열고 있다.
전시회는 ‘오빠 생각’의 노랫말을 쓴 최순애(1914~1998? 아동문학가)와 오빠 최영주(1906~1945? 출판편집자 겸 아동문학가)의 삶·이야기를 조명하는 테마로 기획됐으며, 14개의 패널 형태로 꾸민 두 남매의 사진, 육필원고, 책자·잡지 영인본(影印本), ‘오빠 생각’ 관련 영상 등 3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장 입구에는 오빠 최영주의 모습을 만든 사진 조형물과 동시 ‘오빠 생각’이었다. 안에는 동생 최순애(왼쪽) 선생과 오빠 최영주(오른쪽) 선생의 출판 활동표와 사진 자료들이 전시됐고, 부스 정 중앙 가운데 패널에선 신소설 및 근대잡지의 영인본을 볼 수 있다. 특히 최영주 선생이 만든 '박문' 등 당대의 잡지를 재현한 전시품도 눈길을 끌었다.
전시 설명을 담당하는 임인선(64·여·수원시 행궁동 왕의골목 마을해설사) 도슨트는 “‘오빠 생각’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동요이지만, 많은 이들이 노랫말을 지은 이가 수원출신의 최순애 선생이라는 모르고 있었다”며 “두 분을 수원 출신의 문화 인물로서 의미를 보고 가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순애 선생이 12살 때인 1925년 11월 그의 친오빠 최영주 선생을 그리는 동시 ‘오빠 생각’을 써 잡지 '어린이'에 투고해 입선했다. 이어 5년 후, 작곡가 박태준이 이 시에 곡을 붙여 동요로 만들었다. 노랫말을 살펴보면, 사회운동을 한다는 이유로 일제의 감시가 집중됐던 오빠 최영주 선생에 대한 그리움을 담겨 있으며, 일제강점기에 어린이의 의식이 얼마나 애처로운 것이었나를 짐작하게 한다.최순애 선생은 한국 아동문학의 큰 기둥인 이원수 선생과 결혼하고, 많은 동요를 발표했지만 한국전쟁 당시 대부분 소실됐다.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던’ 오빠 최영주 선생 역시 수원(수원군 수원면 북수리)에서 태어났다. 그는 일제 강점기에 화성소년회(華城少年會)를 조직하고, 잡지 '학생(學生)'을 발행하며 소년운동에 투신했던 출판편집자이자 동화작가였다.
이번 전시에서 기획의 주안점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출판편집자 최영주 선생의 이야기다.
그는 1938년부터 1941년 1월까지 한국 최초 월간 수필지 '박문'의 편집 겸 발행인으로 활동고, '중앙' '신시대' '여성' 등의 편집 및 여러 잡지에 글을 기고했다는 부분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와 함께 아름다운 동시를 썼으나, 자신의 이름으로 발행된 동시집 한 권 조차 남아있지 않은 아동문학가 최순애 선생의 삶을 되짚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점이었다.
또한 최영주 선생은 소파 방정환 선생이 조직한 어린이 문화운동 단체 ‘색동회’의 동인으로 활동하고, 방정환 선생의 무덤을 만들고 묘비를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더페이퍼는 경남 창원에 있는 이원수문학관과 최 씨 남매의 후손들로부터 자료를 수집했다. ㈜더페이퍼는 수원에서 마을 구석구석 평범한 이웃들의 소소하지만 감동이 있는 기사를 담으며 지난해 5돌을 맞은 독립 대안매체 ‘골목잡지 '사이다'’를 발간하는 곳이다.박은영 ㈜더페이퍼 기획팀장은 “전시는 ‘오빠 생각’에 숨어있는 내용을 끄집어 낸 자료들로, 그동안 묻혔던 편집의 귀재 최영주 선생의 삶과 아동문학가 최순애 선생의 삶을 재조명하는데 의미를 뒀다”며 “두 사람의 이야기로 당시의 역사를 엿보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